李정부 출범 후 정책금융 상품 확대, 은행 건전성 악화·역마진 부담고객 선점효과·인센티브 제한적,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 상승포용금융에 서민 부담만 커지는 ‘풍선효과’ 현실화
  • ▲ 은행 대출창구에서 고객이 상담받는 모습 ⓒ뉴데일리
    ▲ 은행 대출창구에서 고객이 상담받는 모습 ⓒ뉴데일리
    서민과 청년 대상 정책금융 상품이 늘어나면서 일반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역마진과 리스크 비용을 메워야 하는 은행권이 일반 대출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결국 대다수 일반 차주들이 청구서를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중저신용자와 청년층, 취약계층 대상 정책금융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금융위원회 주도로 신설되거나 전면 개편된 정책금융 상품은 5개를 상회한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저신용·저소득 차주를 위해 최대 100만원을 당일 빌려주는 ‘소액생계비’ 대출이 있다. 올해 신설한 정책상품으로는 취업준비생이나 불법사금융 완제자 등을 대상으로 연 4.5% 고정금리에 최대 500만원까지 빌려주는 ‘미소금융 청년 미래이음 대출’이 있다. 월 250만원 한도 압류방지 통장인 생계비 계좌도 보호한도와 가입 대상을 확대했다.

    과거 정책금융이 취약계층 대출 지원 차원에서 여신 위주였다면, 청년 자산형성을 위한 수신 상품이 늘어나고 대환대출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지원 영역도 확대됐다.

    ‘청년도약계좌’는 5년 만기로 매달 70만원 납입 시 정부 기여금을 더해 최대 5000만원을 모으는 상품이다. 내달 출시를 앞둔 ‘청년미래적금’은 의견을 수렴해 만기를 3년으로 줄이고 정부 매칭률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상품은 아니지만 비대면 갈아타기를 지원해 은행 간 금리 경쟁을 유도하는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도 정책금융 일환이다.

    만 10년째 운영 중인 중금리 상품 ‘사잇돌 대출’도 대규모 개편을 겪었다. 저신용자가 아닌 신용 하위 20~50%에 해당하는 중신용자 중심으로 공급 구조를 바꾸면서 금리를 5%포인트 넘게 인하시켰고, 카드사와 캐피탈사까지 취급기관을 확대하면서 공급량을 연간 5000억원가량 늘렸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전용 사잇돌대출을 신설하고 한도를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증액하기도 했다.

    ◆미래 고객 ‘락인’효과 제한적 … 속타는 은행 CFO들

    정책금융 상품은 대부분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로 건전성 악화와 더불어 예대마진(NIM)을 깨는 역마진 상품이라는 점에서 은행권 부담이 커지고 있다. 반면 금융당국은 고금리·고물가 환경에서 금융 취약계층 지원 확대가 불가피하며, 중금리 공급 확대가 불법 사금융 유입을 막는 역할을 한다는 입장이다.

    사잇돌 대출은 보증기관이 부실을 일부 메워주는 듯 하지만 보증 한도가 차면 은행이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로 최근 연체율이 치솟으며 ‘부실폭탄 돌리기’가 됐다. 청년도약계좌와 미래적금은 연 2~3%대 시장 예·적금과 다르게 7~8%를 주는 상품으로 예대마진 손해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취약계층이 아닌 전 국민 대상 범위가 확대된 생계비통장은 수익성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사회공헌(CSR) 영역으로 분류된다.

    은행권은 정부의 정책금융 드라이브에 대응함과 동시에 인센티브를 챙기고, 시장 논리로 균형을 맞추는 양상이다.

    정부는 민간 중금리 대출을 적극 취급하면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 최대 80%까지 제외하는 인센티브를 주는 등 당근책을 병행하고 있다. 은행은 대출총량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중금리 공급을 늘리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금융 특성상 금리 조정 여력이 제한된 구조와 부실 리스크는 은행권 CFO(최고재무책임자)들의 주판알을 무겁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담대 5% 돌파의 그늘… ‘상생 청구서’ 전가 논란

    상생금융 확대 효과로 비용 부담이 커진 은행들은 일반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이를 전가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고정형 하단 기준 5%대에 들어선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 인상 흐름 배경 중 하나로 상생금융 비용 부담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 지역 국제정세 불확실성과 글로벌 채권금리 상승이 표면적인 이유로 꼽히지만, 내막을 보면 당국이 제시한 상생금융 청구서를 메우기 위한 은행들의 가산금리 방어가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역마진 상품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은행은 다른 부분에서 마진을 확보해 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출 금리는 고신용자와 중저신용자 간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있고, 저신용자가 더 좋은 금리를 받는 역전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신용평점 하위 20~50% 대상 사잇돌 대출이 연 금리 7.14~9.3% 수준으로 형성된 것과 비교했을 때, 5% 중후반 이자율의 시중은행 일반 신용대출은 금리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시중은행 17곳 중 16곳의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상품은 고신용자가 저신용자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사례도 확인됐다. 일부 정책보증 연계 상품의 경우 보증 지원과 우대금리 적용 영향으로 일반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게 형성되는 사례도 나타난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포용금융 규제만을 밀어붙인 결과 금융 시장의 가격 신호 체계가 왜곡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 기조에 맞추느라 발생한 수천억원대 역마진과 대손 비용은 결국 은행 입장에서 ‘업무 원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가장 안전하고 덩치가 큰 주담대 가산금리를 올려 이를 보전하다 보니 일반 서민 차주들이 직격탄을 맞은 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