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6일자 오피니언면에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가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들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국정브리핑’이 논란거리다. 동아일보는 이 인터넷 매체가 언론이니 다른 신문처럼 법률로 규율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국정브리핑’을 ‘사이비 언론’이라 불렀다. 그러니 문을 닫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러한 공격에 국정브리핑은 스스로를 “민주적 소통의 채널이자 대안 매체”로 기능한다고 대응했다. 국정홍보처는 “국정브리핑은 정책홍보를 위한 대안 홍보매체”라 밝히고 “이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국정브리핑은 또 “언론대접을 받기를 요구한 적도, 바란 적도 없다”고 말하고 “뉴미디어 시대에 국민의 정보욕구 수준에 맞게 정책을 놓고 공직자들과 국민들이 벌거벗은 대화를 하고 이를 통해 정책 투명성을 높이려 한다”고 스스로의 기능을 설명했다.

    이 논란은 미디어 기술 발전과 민주화 노력이 만들어내는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한국 민주주의의 정체성에 관한 핵심요소여서 보다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쟁점은, 정부와 언론의 일은 어떻게 구분돼야 하는가, 정부는 공론장에 참여해 뉴스를 보도하고 논평을 제시할 수 있는가, 그러한 제도는 국민과 정부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등이다. 이 문제를 제대로 보려면 두 가지 조건이 만족돼야 한다. 국정브리핑의 성격을 객관적으로 규정하는 일이 첫째다. 다음은 정부, 국민, 언론의 관계에 대한 민주적 준거를 참고하는 일이다.

    우선 국정브리핑의 성격을 보면 이 매체는 100% 정부출자 매체다. 제작진은 홍보처 직원이고 내용물의 기획과 편집도 공무원들이 책임진다. 비용이 세금으로 지급되는 것도 분명하다. 이 매체의 내용은 각 부처 보도 자료와 정책 자료의 제시, 주요 정책에 대한 연재물, 언론 보도의 요약과 보도에 대한 의견제시 등이 주요 요소다. 국정브리핑은 일반 신문의 주요 콘텐츠인 정치와 사건기사는 취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정책 관련 정보를 뉴스의 형태로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다. 자체 의견과 전문가들의 고정칼럼을 공급하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특성을 종합해보면, 이 매체는 종합일간지적 매체는 아니다. 그러나 자료만 올려놓은 홈페이지는 더욱 아니다. 이 매체는 매우 뚜렷한 의견을 대중에게 전파하려는 정책전문 신문이나 전문잡지의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된다. 다시 말하면 스스로는 “정책 커뮤니케이션 포털을 지향해서 스스로 언론임을 규정”한 적이 없지만, 공론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의지가 있는 것은 명백하고, 또 강력하게 그러한 기능을 담당하는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국정브리핑’은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 측면에서는 어떻게 평가돼야 하는가. 이 질문과 관련해 참고할 관점은 미국의 수정헌법 1조 제정에 크게 기여한 매디슨의 주장이다. 그는 “영국의 주권은 왕에게 있지만, 미국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절대적 주권을 갖는다”고 말했다. 또 “비판할 권한은 국민이 정부에 대해서 갖는 것이지, 정부가 국민에 대해서 가질 수 없다”고도 했다. 매디슨의 이러한 주장은 당시 미국 정부가 언론자유를 제약하고자 ‘내란선동죄에 관한 법’을 제정하는 데 반대하는 대표논리가 됐다.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판례도 이러한 원칙이 관철된 경우다. 미국 대법원은 일부 오류가 있어도 시민이 정부의 일에 논평하는 일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함으로써 미국에서는 정부의 공적 업무에 관한 한 무제한에 가까운 언론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정신은 정부의 대국민 홍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부가 운영하는 국내 매체는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소리(VOA)는 국내 청취자를 상대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없다.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무원이 국민을 설득할 목적으로 칼럼을 게재하지 않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공론장인 언론은 정부가 직접 개입하면 안 되는 영역이다. 우리나라가 80년대 이후 관영 매체들을 공영화하거나 민영화한 것도 이러한 정신을 구현하려는 시도였다. 인터넷 시대라도 이 원칙은 유효하다. 미국은 기술이 부족해 국정브리핑 같은 매체를 안 만드는 게 아니다.

    이재경 · 이화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