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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방송위원회(위원장 이상희, 이하 방송위)가 선임한 KBS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이사에 방송위의 정파적 구도가 반영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방송위는 이날 김금수 전 노사정위원장 등 11명을 KBS 이사로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또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로 구월환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이사 등 9명을 선임했다. KBS 이사는 대통령이 임명하며 방문진 이사는 방송위가 임명권을 가진다.
방송위는 공모를 거쳐 접수한 KBS 이사 83명과 방문진 이사 49명의 후보 중 각 분야의 대표성과 전문성을 감안해 이사를 선정했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을 놓고 ‘나눠먹기식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BS 이사로 추천된 인사 중 이수근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춘호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방석호 홍익대 법학과 교수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여권인사라는 게 방송가의 분석이다.
KBS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이사회 선임이 정연주 사장 연임과 자기조직 사람을 심기 위한 방송위와 정치권의 야합으로 규정한다. 이사회 구성이 정 사장 연임을 위한 판으로 짜는 데 충실했다”며 “KBS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현저히 훼손한 인사”라고 일부 인사의 이사선임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마찰이 예상된다. 새 이사들은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임명장을 받는 대로 정 사장의 연임여부를 결정한다.
특히 KBS 노조는 사전 내정설이 나돌던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신태섭 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교수가 KBS 이사진에 확정되자 “공영방송 최고 의결기구인 KBS 이사회가 방송위원들의 자기조직 사람을 심기 위한 텃밭으로 변했다. 이는 방송 역사의 퇴행”이라고 성토하고 나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이 된 최민희 민언련 공동대표와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다.
노무현 대통령후보 시절 언론특보를 지낸 이춘발 지역신문발전위원장이 추천을 받은 것도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선임된 이사들의 면면을 보면 청와대 입김이 쉽게 작동할 수 있는 인물로 채워졌다는 게 중론”이라며 “이사회 선임이 대표성과 거리가 멀고 단지 구색 맞추기에 급급했는지 알 수 있다. 대통령 후보 특보 출신까지 이사로 넣은 것은 청와대의 이 같은 의지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방송위원 후보로도 올랐으나 언론특보 경력 때문에 방송위 노조가 거세게 반대했다.
또 민변 부회장이기도 한 이기욱 변호사도 의문사진상규명 활동에 적극적 의지를 보이는 등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상기 전 한겨레신문 편집국장은 한겨레 출신인 정 사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진 이사 중에서는 진보 성향을 대표하는 김정란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와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이수호 현 방문진 이사 등 친여인사가 다수 포함됐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2004년 대통령 탄핵을 쿠데타로 규정하기도 했다. 유임된 이옥경 이사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열린우리당 이미경 의원의 언니다.
한편 각각 논설위원, 편집국장, 전무를 역임했던 김금수 전 민노총위원장, 조상기씨, 방문진 이사로 선임된 조영호씨 등 한겨레 신문 출신이 3명 발탁됐다는 점도 논란의 여지가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