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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앙일보 16일자 오피니언면 '기자의 눈'란에 이 신문 김범석 문화부 기자가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인터넷에서 저작권 침해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실시간 음악감상 프로그램과 개인 대 개인 간 파일공유 사이트 등이 저작권 문제로 철퇴를 맞기도 했다.
파일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인터넷의 기술발전과 누리꾼들의 전파 및 확산 본능이 문화 예술 발전의 목줄을 조인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인터넷 뉴스사이트들이 신문이나 방송 기사를 무단 게재함으로써 생기는 ‘뉴스 저작권’ 문제는 아예 세인의 관심 밖이었다.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이 13일 한국언론재단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뉴스에 대한 저작권 침해가 얼마나 일상화돼 있는지 알 수 있다. 3월 20일부터 한 달간 뉴스 서비스를 하는 인터넷 사이트 831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60개 사이트가 신문이나 방송의 기사를 무단 게재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정도라면 ‘무심코’ 또는 ‘일부’의 실수가 아닌, 의도적이고 일상화된 ‘범죄’ 수준이다. 이 중 본보 기사는 346개 사이트에서 1만1268건이 무단 게재돼 신문·방송을 통틀어 1위를 차지했다. 다른 언론사 기사까지 합치면 모두 21만1503건으로 이를 액수로 계산하면 피해액은 160억 원으로 추산된다.
과거에는 신문이나 방송 등 특정 매체를 통해서만 뉴스를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클릭만 하면 수많은 뉴스가 쏟아져 나온다. 게다가 대부분의 누리꾼이 자신이 본 뉴스를 다른 사이트에 옮기는 일명 ‘펌질’이나 자신의 미니홈피에 스크랩을 하면서, 저작권 침해는 인터넷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올해 초 프랑스 AFP통신은 포털 사이트 ‘구글’을 상대로 콘텐츠 사용금지와 저작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최근에는 벨기에 신문들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포털 사이트인 MSN의 벨기에 웹사이트(msn.be)에 허락 없이 뉴스와 사진을 싣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뉴스가 넘쳐나는 시대에 공짜 뉴스만 존재할 뿐 공들인 뉴스를 제작하는 기자와 언론사를 위한 저작권의 보호는 요원하기만 하다. 작은 뉴스 하나라도 새 소식을 찾아내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발로 뛰는 기자들의 저작권은 누가 보호할 것인지, 뉴스를 생산하는 한 사람으로서 서글프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