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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수 부회장을 다룬 삼성 관련 기사 삭제'로 촉발된 시사저널 사태와 관련,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발행인 겸 편집인)이 6일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밝혔다. 회사측이 공식 입장을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사저널은 작년 6월 삼성 관련 기사가 인쇄단계에서 삭제되면서 불거진 사측과 기자들 간의 갈등이 무기한 파업과 직장폐쇄 조치 등으로 확대되면서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실정이다.
금 사장은 이날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자청, 삼성 관련 기사를 삭제한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해당 기사 내용 상당부분이 사실을 왜곡했고, 언론사 경영주는 매체를 통한 전파내용으로 타인이 법익침해를 받지 않도록 주의할 의무를 지게 돼 있다"면서 "편집인의 직무상 권한으로 기사를 빼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좌)이 6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금 사장은 “내가 중앙일보 출신이라는 것을 유추해서 확대해석 하는데, 그것(로비 등에 따른 기사삭제는)은 언론인의 도리가 아니다”면서 일각의 삼성 로비설 의혹을 일축했다.금 사장을 우선 해당 기사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익명의 제보를 바탕으로 했다. 익명 제보자로부터 얻은 정보는 그것을 단서로 삼아 언론사 스스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려는 철저한 검증 작업을 거친 끝에 확증을 잡아서 기사화해야 하는데 익명 제보자가 제공하는 ‘입증되지 않은 혐의’를 그대로 기사화하는 것은 언론으로서 책임의식을 저버린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해당 기사 소스의 신뢰성 문제를 지적했다.
금 사장은 “(해당)기사의 소스는 ‘인사 업무를 담당했던 한 인사’ ‘계열사 인사담당자 김 아무개’ 등의 식이었고 기사에는 ‘예측했다’ ‘지적했다’ ‘의문이다’ ‘후문이다’ 등의 신뢰성이 부족하고 애매모호한 인용으로 끝난 것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카더라’ 수준 정보에 대한 검증과 확인 노력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면서 기사 내용에 문제가 있었음을 주장했다.
금 사장은 또 “(해당 기사에) 거론되는 당사자들의 직접 코멘트나 반론은 한 줄도 없었으며, 동기생을 후배로, 타부서에서 근무한 사람을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것으로 표현하는 등 내용의 상당 부분이 사실을 왜곡했다”면서 “이것이 그대로 나갔다면 S그룹은 말할 것도 없고 기사에 얼굴 사진과 함께 실명으로 거론된 모든 사장들의 인격과 명예가 침해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금 사장은 “(기사의 내용이)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실력자 한 사람의 정실에 의해 자격도 없는 사람이 원칙도 없이 사장에 발탁됐다는 뉘앙스로 돼 있었다”고도 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이유로 그 기사를 보류하고 더 철저한 검증을 거친 후 다시 논의하자고 했고, 이런 사태를 예방하려고 편집국장과 수차례 협의를 했으나 편집국장은 기사를 인쇄소에 넘겨버린 뒤 사장과 회장의 전화를 받지않고 퇴근했다. 마감시간이 지난 급박한 상황에서 편집인의 직무상 권한으로 인쇄소에 연락해서 기사를 빼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금 사장은 또 이번 사태가 편집권 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데 대해서도 “대표이사 편집인이 편집에 대한 책임을 지기 때문에 편집인을 겸임하는 대표이사 사장에게 편집 권한은 핵심적인 것”이라면서 “파업 기자들의 주장대로 언론사의 대표이사 발행인 겸 편집인에게 편집에 관한 권한이 전혀 없다면, 경영인은 사무실관리 급여지급 오보배상금 지급 등 행정처리만 해야 할 것이다. 이는 파업기자들이 크게 잘못 이해하는 부분”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금 사장은 직장폐쇄 경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단체 교섭 중 일방적으로 파업을 선포한 노조는 회사 사무실과 비품, 통신시설 등을 이용해 비노조원들이 만드는 시사저널 제작을 방해하고 비노조 편집위원들과 경영진을 비방하는가 하면, 촛불시위를 벌이는 등 온갖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서 “회사측은 파업 후 2주일 이상 인내하며 불법 행위 중지를 노조측에 수차례 호소하고 업무복귀를 종용했으나 노조측이 불응해 부득이하게 파업노조원의 사무실 출입을 막는 ‘부분직장폐쇄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사저널 노조(위원장 안철흥)는 금 사장의 기자회견 직후, 같은 장소인 프레스센터 18층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금 사장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자리에는 해당 기사를 작성한 이 모 기자가 직접 참석해 시사저널 사태의 전후를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노조는 우선 해당 기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금 사장의 주장에 “금 사장은 이 기자에게 이학수 삼성 부회장과의 친분을 들어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이는 금 사장 본인이 이미 노조에 인정한 사실”이라면서 “혹여 해당 기사에 하자가 있다면 보완해 게재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 금 사장처럼 취재 대상과의 친분을 들어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고 인간적으로 부탁하는 것이 편집인의 권한이냐”고 반박했다.
노조는 또 ‘편집국장이 전화도 받지않고 퇴근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공인으로서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깊은 절망감을 느낀다”면서 “이는 당시 편집국장 개인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편집인은 편집국장과 민감한 현안에 관한 기사를 상의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해왔지만 해당 기사에서는 그런 기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금 사장은 그(당시 편집국장)를 기사 삭제 여부를 둘러싼 회의에 부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으며 대신 시사저널 기자협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 삭제)사실을 알리고 설명하는 자리를 갖겠다고 말했다.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면 편집국장에게 통보하는 것이 순서이지 기자들에게 이해를 구할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금 사장의 행위는 편집국 의사결정 과정을 통째로 무시한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시사저널)기자들은 금 사장의 행위가, 어떤 무리수를 두더라도 기사를 빼야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의 직장폐쇄 조치에 대해서도 “불범 점거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의 무도한 행위로 영업 행위를 하지 못했다고 표현한 데 경악한다”면서 “회사가 불법행위로 열거한 것은, 이번 사태의 부당성을 알리려는 기자들의 기자회견과 집회, 거리문화제 등이다. 사측의 무도한 횡포에 대해 언론의 관심을 환기시키려는 기자들의 노력을 무도한 불법 행위로 규정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사저널 노사는 지난달 31일에 이어 5일 두번째 단체 협상을 갖고 사태 정상화에 노력하는 모습이지만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