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인 손석희씨가 20일 인터뷰 대상자인 이태식 주미 대사와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손씨는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이날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이 대사와 인터뷰를 했다.

    방송인 손석희씨 ⓒ 연합뉴스
    용의자 조승희 가족들이 한국 대사관 관계자나 영사를 만나길 원치 않는 이유와 관련, 손씨가 "왜 파악을 안 했느냐"고 몰아붙이자 이 대사는 "그것이 중요하냐. 본인들이 만나지 않길 원한다는 건 중요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손씨도 "이 대사는 인터뷰를 늘 이렇게 하느냐"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대사는 "자꾸 왜 대사관에서 이유조차도 파악하고 있지 않느냐는 형태로 말하니까 그런 것"이라고 했으나 손씨도 "인터뷰를 계속 해야될지 잘 모르겠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대사의 '사죄' 발언과 관련해서도 둘은 또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 대사가 총기난사 사건 관련 추모 예배에서 32일 교대 금식을 제안하고 "대사로서 슬픔에 동참하며 한국과 한국인을 대신해서 유감과 사죄를 표한다"고 말한 것 중에서 '사죄' 부분이 논란이 되는 상황이다. 손씨가 이를 거론하자, 이 대사는 "'사죄'란 표현은 쓰지 않았다. 영어로 'We feel very sorry'라고 한 것이 번역돼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손씨가 다시 "'We feel very sorry'는 언론에서 얘기한 그 내용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예"라면서 "그럼 왜 외교부에서 이 대사의 사죄 표명이나 금식 제안은 정부방침과 전혀 무관하다고 서둘러 해명하고 나섰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이 대사는 "외교부에선 서울에서 보도된 내용을 그대로 (보고) 입장을 표명한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대사가 이어 "대사의 발언을 자꾸 문제 삼으면, 제대로 번역됐고 진의가 충분히 전달 됐는지도 보고, 그 결과로…"라고 말하는 도중 말을 끊고 손씨가 "지금 말한 내용…"이라고 하자 이 대사는 두 차례 "말을 들으라"고 할 정도로 인터뷰 분위기는 '살벌'했다. 손씨는 결국 "(언론이) 틀리게 해석한 것 같진 않다"고 자신의 주장을 거두지 않았고, 이 대사는 "(그 결과로) 미국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느나, 이런 것들을 다 판단해서 종합적으로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손씨는 인터뷰 말미에서도 "인터뷰 과정에서 이 대사와 나 사이에 조금 불편한 관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인데, 이 대사가 서운하게 받아들였던 점은 내가 오히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고, 이 대사는 "나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