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1일 사설 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비틀거리며 일어서지도 못하는 소를 도살장으로 끌고 가는 화면(畵面)과 실제 광우병으로 죽었다는 20대 미국 여성을 등장시킴으로써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국민 공포를 불러일으켜 전국적 시위의 도화선을 만들었던 MBC 'PD수첩' 내용의 핵심 두 가지가 모두 사실과 다르다며 MBC에 대해 이를 시청자에게 알리는 보도문을 내보내도록 결정했다. 언론중재위가 결정한 보도문은 "소가 쓰러져 일어서지 못하는 것이 광우병에 걸렸다는 증거는 아니다" "PD수첩 보도 안의 미국 여자 사망 원인은 인간광우병이 아니라고 미국 농무부가 중간발표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방영된 MBC 'PD수첩'은 프로 시작과 함께 공포스런 영상과 충격적 사례를 10분도 넘게 계속 내보내 어린 학생은 물론 나이 지긋한 어른에게까지 '미국소=광우병'이라는 인식과 두려움을 심어줬다. 전국의 거리에 쏟아져 나와 촛불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PD수첩'의 그 화면들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이제 보니 MBC 'PD수첩'의 그 핵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PD수첩'의 비(非)과학성은 방송 직후부터 논란이 됐다. 주저앉은 소, 이른바 '다우너(downer) 소'의 증상은 광우병 말고도 대사장애, 골절, 질병에 따른 쇠약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일어나는 것이지 그것이 바로 광우병만의 대표증상이 아니다. 그러나 'PD수첩'은 주저앉은 소가 '광우병 소'인 것처럼 묘사했다. 20대 여성 사망 원인은 조사가 진행 중이며 중간조사 결과론 광우병 때문이 아니라는데도 그 여자의 사망 원인을 광우병으로 몰아갔다. PD수첩의 또 다른 핵심 주장이었던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논문의 저자가 "특정유전자 하나만으로 인간광우병에 걸린다고 얘기하기 어렵다"고 부인했다.

    'PD수첩'은 부정확한 방송 내용이 여기저기서 지적되고 언론중재위에 회부되자 뒤늦게 지난 13일 미국산 쇠고기 제2편 끝부분에서 미국 여성 사망 원인에 대한 미국 농무부 발표를 전하고 "다우너 소가 전부 광우병에 걸린 것은 아니다"며 마지못해 인정했다. 온 나라에 불을 지르고는 불지른 성냥개비를 슬쩍 감춰버리며 시침을 떼는 것이나 다름없는 짓이다. 그런데도 MBC는 "이미 지난번 방송한 내용이라 (언론중재위 결정에) 따를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MBC는 시인할 건 시인하고 사과할 건 사과할 줄 아는 언론의 기초상식을 회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