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7일 사설 '70일 만에 다시 한 번 국민 농락한 PD수첩'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MBC PD수첩이 15일 PD수첩의 광우병 부풀리기 왜곡·과장 논란을 해명하겠다며 'PD수첩, 진실을 왜곡했는가'를 내보냈다. 50분 내내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PD수첩은 미국 소의 광우병 위험을 재검증·재확인하겠다며 당초 방영했던 PD수첩이 내보낸 '주저앉는 소' 동영상을 만든 미국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를 다시 불러냈다. 똑같은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PD수첩 제작자들이 최소한의 지적(知的) 능력과 정보를 갖고 있다면, 미국에서 광우병 연구의 최고 권위기관은 미국국립보건원(NIH)이라는 사실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NIH는 1만9000명의 연구진과 매년 280억 달러의 예산을 동원해 미국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질병의 원인과 치료책을 연구하고 있다. PD수첩이 정말 광우병 부풀리기 의혹을 반성하고 객관적으로 검증할 뜻이 조금이나마 있었더라면 NIH는 아니더라도 대학의 광우병 전문가라도 찾아갔을 것이다.

    그런데도 PD수첩은 광우병 최고 권위의 연구진을 피해 시민단체를 찾아가 광우병 비(非)전문가의 의견을 받아 되풀이 틀어댔다. PD수첩의 부풀리기 진상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이 시민단체 관계자는 문제의 PD수첩을 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PD수첩이 왜곡·과장 편집으로 어린 여학생에게까지 공포심을 불어넣어 "열다섯 살밖에 못 살았는데 죽기 싫다"며 거리로 뛰쳐나오게 만들었으면서도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결국 PD수첩 해명은 다시 한 번 국민을 농락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날 PD수첩은 사망한 미국 여성의 어머니 인터뷰에서 '(인간광우병에) 걸렸을 수도 있는'을 '걸렸던'으로, '만약 인간광우병에 걸렸다면'을 '어떻게 인간광우병에 걸렸는지'로 바꿔 번역한 것을 "몇 가지 오역(誤譯)은 있었지만 의도적 왜곡·과장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여성의 사인(死因)이 인간광우병이냐 아니냐를 가름하는 결정적 부분에서 '걸렸을 수도'를 '걸렸던'으로 바꿔 의도적으로 사인을 인간광우병으로 몰고 갔으면서도 그게 왜곡도 아니고 과장도 아니라는 것이다. PD수첩 번역자는 이런 왜곡을 몇 번씩이나 만류했는데도 의도대로 몰고 갔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날 PD수첩 진행자는 프로가 거의 끝나갈 때에야 "한국인이 광우병 쇠고기를 먹을 경우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가량 된다는 4월 29일 방송은 부정확한 것이었다"고 한마디 슬쩍 하고 넘어갔다. PD수첩은 논문의 저자까지 나서 "한국인이 MM형 유전자의 비율이 높다 해서 광우병에 잘 걸린다고 할 수 없다"고 했는데도 MM형 유전자를 지닌 한국인의 비율 94%를 광우병 감염 확률로 뻥튀기한 사실을 70여 일 만에 실토하면서도 시청자의 눈에 띄지 않게 넘어가보려는 잔꾀를 부린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6일 4월 29일 PD수첩 등에 대해 '시청자 사과'라는 최고 수준의 중징계를 내렸다. 당연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