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적, 조직적 비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는데 회사는 사태 수습을 할 능력도 의지도 상실한 채 수수방관하거나 오히려 은폐·축소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MBC 얘기다. 내부고발이 나왔다. MBC의 부장급 이상 간부로 구성된 'MBC 공정방송노동조합'(위원장 정수채)는 18일 '보도본부의 기강해이, 도를 넘었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배포하고 "MBC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공정방송노조는 "보도국 영상취재부 소속의 장비 관리 직원이 상당한 양의 카메라 장비, 렌즈 등을 빼돌려 팔아먹은 사실이 적발돼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에게까지 보고됐지만 발생 한 달이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정확한 피해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고, 당사자는 자취를 감췄다"며 "절도 혐의로 형사고발할 사건을 쉬쉬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따졌다.

    또 "보도국의 모 부장은 어느 유명 드라마 작가와 어울려 다니다 여러 유흥술집에서 상당한 액수의 술값을 그 작가에게 떠넘긴 파렴치한 행적이 드러났다"며 "참다못한 그 작가의 고발로 이같이 철면피한 행각이 알려졌고 감사실에서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있다"고 밝혔다. 특히 "문제의 부장은 최문순 전 사장(현 민주당 국회의원) 시절 중책을 맡았던 인물"이라고 했다.

    여직원 성추행 의혹도 터졌다. 공정방송노조는 "보도국 영상취재부 소속의 모 기자 두 명이 각기 다른 여직원을 성추행한 소문도 구체적인 증거와 함께 떠돌고 있다"며 "그 여직원이 정식으로 문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보도국장과 영상취재부 간부가 총동원돼 이 여직원을 달래고 무마하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 덮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사원협의회는 사실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해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공정방송노조는 "참으로 하늘 보기가 부끄러운 일이고 사건 하나하나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사건 이후의 처리과정은 부끄럽다 못해 한심할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사내 징계는 물론, 사안에 따라 형사고발까지 할 만한 비리를 뻔히 알고도 회사는 맥없이 손놓고 있는 상황"이란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자체 정화 능력이 없는 조직은 얼마 못가 외부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게 세상의 냉엄한 법칙"이라며 "MBC의 위기는 단순한 경영위기만은 아니다"고 지적한 뒤 "조직 전체를 암울하게 가리고 있는 도덕적 불감증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 한 경제상황과 무관하게 위기는 계속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