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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번역 왜곡보도'가 29일로 방송 1년을 맞았다. 그러나 PD수첩 명예훼손 사건 수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수사는 지난해 6월 농림수산식품부가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수사의뢰를 하면서 시작됐다. PD수첩은 지난 28일 밤 '한미 쇠고기 협상, 그후 1년'편을 방영했으나 검찰조사에 의한 '변명방송'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언론시민연대 최옥화 팀장은 이날 칼럼에서 "'쇠고기 협상 그 후 1년'이라는 제목에 내심 시민들이 체감하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인식이나 시장반응 등도 으레 나오겠거니 생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잘못을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쿨(cool)한 프로그램이었으면 하는 일말의 희망을 가졌지만 역시나 실망감만 안겨줬다"고 방송후기를 밝혔다.
최씨는 이어 "중간 중간 진행자는 '미국이 삼계탕 하나 수입하는데 엄격한 위생기준 제시하고 있다'며 '자국민 안전을 고려한다면 그래야하는 것 아닌가'고 의문을 제시했다"면서 "우희종 교수 인터뷰를 인용해 정부가 'CJD(크로이트펠트 야콥병)과 vCJD(인간광우병)를 다른 질병으로 분류해 놓은 것은 PD수첩을 의식한 것인지'라는 발언을 흘리기도 했다. 또 한미FTA 비준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으나 미국의회 입장은 아직 강경파가 많다는 내용도 끼워 넣었다"고 프로그램의 편향성을 또 한번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문제를 제기한 것은 PD수첩에서 광우병 위험성을 과장했고 일부는 사실을 왜곡까지 했다는 것"이라며 "광우병에 안걸린 소도 광우병 소라고 지칭하고 아레사 빈슨은 광우병에 안걸렸는데도 광우병으로 확신하고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PD수첩의 확대 과장보도가 도화선이 돼 작년 두 달간 온 국민이 '광우병 열병'을 앓았는데도 그에 대한 유감표명조차 없었다"며 "오히려 번역상 오류가 왜 생겼는지 변명하는 데 몇 분을 할당하면서 더 중요한 문제인 아레사 빈슨이 '베르니케 뇌병변'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에 대한 반박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최씨는 "28일 (PD수첩)방송을 보니 제작진은 지금도 자신들에 대한 수사가 '언론장악'이며 이를 거부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일이라고 믿고 있었다. 또 방송에서는 아직도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고 있는데 캐나다에서, 유럽에서도 들어올지 모른다고 경고했다"며 "아직도 문제 본질을 깨닫지 못하는 PD수첩팀이 시청자로서 답답하기만 하다"고 개탄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도 이날 PD수첩 방송에 유감을 표했다. 바른사회는 "이날 방송은 내용이 옳고그름을 떠나 제작진의 일방적 의견만을 원하는 대로 재단해서 내보내는 PD수첩 방식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바른사회는 "게다가 프로그램 후반에는 15분 가까운 시간동안 '언론 자유'라는 제목으로 검찰조사와 관련해 자신들 입장을 옹호하는 내용을 방송했다"며 "검찰 소환에 계속 불응한 것도 모자라 방송 주제였던 쇠고기 협상 내용과는 무관한 자기변명을 위해 정규방송 시간을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과연 이날 방송이 실제 1년 전 한미 쇠고기 협상을 되짚어보고 국민에게 경각심을 일깨울만한 건전한 환기 역할을 했는지, 아니면 대형 공중파 방송사가 보유한 전파를 남용해 일방적 자기변명을 방출한 것인지 제대로 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른사회는 "PD수첩은 그 정도를 대단히 넘어섰음은 물론이고, 본 내용과 상관없는 자기변명에 방송시간을 상식 이상으로 할애해 프로그램 질을 볼썽사나울 정도로 떨어뜨렸다"며 "이는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 수준을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바른사회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MBC측은 자신들에 대한 비판은 무조건 '언론탄압'이라고 몰아붙이고 '언론과 표현 자유'를 내밀며 공권력을 마치 폭력과 악의 근원인 양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파업에, 그것도 모자라 건전성과 객관성이 절대적으로 담보돼야 하는 정규 방송시간을 변명으로 점철하며 뻗댈 일이 아니다"고 충고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지난 27일 밤 체포한 PD 2명과 작가 2명 등 제작진 4명을 29일 오후 석방했다. 이들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대부분 묵비권 행사로 일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