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간 양보교섭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사업장에서는 아직도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노사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회원사 사례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09년 임단협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발간하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협력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비현실적인 임단협 지침의 영향으로 갈등을 빚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노사화합 선언은 금지, 임금 인상은 요구"

    지난 2월 23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노동계는 기업의 경영여건에 따라 임금동결·반납 또는 절감을 실천하고, 경영계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자제하여 기존의 고용수준이 유지되도록 한다’는 합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산업현장에서는 노조가 자발적으로 임금협상을 사측에 위임하고, 사측은 고용을 보장하는 양보교섭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나 민노총은 산하노조에 노사화합 선언을 금지하는 한편, 노사화합을 선언한 산하노조를 징계했다.

    보고서는 민노총이 경제위기 상황임에도 산하노조에 노사화합선언을 금지한 것은 민노총이 아직도 현장 조합원의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조합원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민노총의 투쟁일변도 방침은 잇따른 산하노조 탈퇴로 이어지고 있다. KT노조가 민노총 탈퇴를 결의한 것을 비롯 인천지하철노조 등 올해에만 벌써 10여개의 사업장이 민노총을 탈퇴했다.

    민노총은 한편으로는 경제위기 상황과 기업 지급여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4.9%(비정규직 20.8%)의 임금인상안을 제시했고, 민노총 산하 최대노조인 금속노조는 일률적인 8만7709원 임금인상 지침을 산하 사업장에 하달한 바 있다. 산하노조는 민노총과 금속노조 임금인상률에 더해 성과급 300%, 이익잉여금 10% 등을 추가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해고 금지와 총고용 보장"

    민노총은 총고용 보장 및 확대, 고용안정 협약 및 고용안정위원회 설치 등을 단체협상 요구사항으로 제시했으며, 금속노조는 모든 해고 금지와 총고용 보장, 기업 이익잉여금 10% 특별기금 출연, 노사공동결정제 도입 등을 산하노조에 하달했다.

    민노총과 금속노조의 지침에 따라 산하노조는 경영상황과 무관하게 고용보장을 위한 고용안정 협약이나 고용보장선언서 체결을 요구하거나, 휴업·폐업, 분할, 합병 및 양도 등에 대한 노조와의 합의, 해외인력 채용중지 및 감축, 국내생산물량의 해외이전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경영정상화가 불가피한 쌍용차마저 ‘모든 해고 금지와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금속노조가 개입하여, ‘단 한 사람도 해고할 수 없다‘는 자세로 일관함으로써 쌍용차 노조원 100명을 위해 협력업체 직원 등 20만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리한 요구보다 일자리 나누기 동참해야"

    보고서는 노조가 매년 관행적으로 반복해왔던 투쟁적인 임금 및 단체 협상 태도에서 벗어나, 경제위기 극복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용안정은 노조가 투쟁을 통해 쟁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노측은 무리한 고용보장, 임금 인상 및 단협 개정 등을 요구하기보다 생산성 향상 및 임금 조정 등을 통한 일자리 지키기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업에 대해서는 종업원의 고용보장을 위해 노력하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경우 공정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해 경제위기 극복 이후의 안정적인 노사관계의 토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