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 학부모의 허리를 휘게 하는 `등록금 1천만 원' 시대에 아이 생일파티로 1천만 원을 쓰는 일부 부유층의 과시용 생일 문화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문 파티 플래너(기획자)와 케이터링(출장 연회업) 서비스 등을 이용해 자녀의 생일파티를 해 주는 강남, 목동 등의 어린이 생일문화가 일부에서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목동의 고급 주상복합에 사는 초등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M 초등학교에서는 최근 한 1학년 학부모가 자녀의 반 학생 전체를 초대해 생일파티를 벌였다.

    목동의 대표적인 고급 주상복합인 `H'주상복합에 사는 이 학부모가 아이들을 초대한 곳은 목동 인근의 고급 레스토랑.

    어린이 생일파티 등을 위해 마련된 이 레스토랑의 전용 룸에서 고급 요리와 함께 파티 플래너가 펼치는 게임 등을 즐기는 데 들어간 비용은 1천만 원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이나 동부 이촌동 등 소위 부자 동네에서 선호하는 어린이 생일파티 장소는 H 호텔, P 호텔 등의 특급호텔과 남산 S 클럽, 청담동 B 클럽 등의 상류층 전용클럽이다.

    한 어린이 파티업체의 대표는 "강남에 사는 한 학부모가 특급호텔의 야외 수영장을 통째로 빌려달라고 해 놀랐다. 호텔 사정상 빌리지는 못했지만, 만약 빌렸다면 그 비용이 얼마나 들었을지 짐작이 안 간다"고 말했다.

    H 특급호텔은 지난해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면서 뷔페를 즐길 수 있는 어린이 생일파티 패키지를 마련했다. 10인 이상만 예약이 가능한 이 패키지의 가격은 1인당 8만 원을 넘는다. 호텔은 지난 겨울 예약건수가 주말에는 하루 3건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자 올해 이 패키지 가격을 올릴 방침이다.

    강남 부유층은 50평대 이상의 대형 평형 아파트 거주자가 많아 전문 파티 플래너 업체와 케이터링 서비스를 이용, 집에서 생일 파티를 치르는 경우도 많다.

    전문 플래너를 동원해 생일파티를 치르려는 수요가 갈수록 늘면서 어린이 생일파티 전문 플래닝업체도 10여 곳에 달한다.

    호화 파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다른 아이들과 차별화를 위해 개인 별장으로 자녀의 반 아이들을 전부 불러 파티를 열거나, 전세버스로 펜션 등으로 데려가 1박2일로 생일파티 겸 야외 체험학습을 시켜 주는 학부모도 있다.

    문제는 중산층이나 서민층에도 이런 문화가 퍼져 나가면서 수입이 넉넉지 못한 서민 학부모들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누구는 생일 잔치를 호텔에서 했고, 누구는 별장에 반 친구들 모두를 초대했다고 부러운듯이 말하는 자녀의 말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학부모 A씨는 "요새 초등학교 생일파티가 집안 기둥 뽑는다고 한다. 안 하려고 하면 주위에서 해주라고 다들 성화라 어쩔 수 없다. 생일잔치 해주려고 적금까지 들어야 할 판이다"고 말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의 박경양 정책위원은 "호화 생일파티는 어른들의 욕심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돈을 물쓰듯하는 것을 보고 아이가 무얼 배울지, 그런 생일파티를 치르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떤 상처를 받을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