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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가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에 등재된 동의보감을 깎아내리는 논평을 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의협은 4일 '동의보감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대한 논평'을 통해 "동의보감은 '투명인간이 되는 법', '귀신을 보는 법' 등 오늘날 상식에는 전혀 맞지 않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며 "동의보감은 말 그대로 세계의 기록 유물이지 첨단의학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세계가 한방을 의학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국가의 경사를 한방 측에서 교묘하게 이용한다. (한의사들이) 자신의 세력확장을 위한 선전에 이용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며 문화유산과 과학을 구별하지 못하는 행태"라며 "대동여지도가 훌륭한 문화유산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민족네비게이션'을 만든다고 하면 얼마나 우스운 일이겠는가"라고 비꼬았다.
경쟁자인 한의업계가 '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자축하며 의미를 한껏 부풀리는 것에 대한 반박이다.
앞서 대한한의사협회는 김현수 회장 명의의 '경축담화문'을 통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우리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며 한의학이 세계적으로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데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의협의 논평에 대한 주위의 반응은 "지나친 면이 있다"는게 대부분이다. 정부가 이번 국가적 경사를 계기로 동의보감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 한의학의 세계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는 마당에 '뒷다리 잡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한의사협회는 "서양의학으로 치료하지 못하는 병이 전통의학을 통해 치유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도 전통의학을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도 "오늘의 상식으로 볼 때 초기 양의학에도 황당한 이론과 치료법이 많았지만 수백 년을 거쳐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전통의학을 계승발전시키는 것은 후손의 몫"이라며 의협의 논평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