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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행된 주간지 미디어워치 24호에서 "MBC '100분토론'이 (지난 5월)'시청자의견 조작'에 이어 충격적인 은폐까지 기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히자 미디어 감시 단체들이 진상조사 촉구에 나섰다.
미디어워치에 따르면 20일 방문진 업무보고 당시 MBC 송재종 보도본부장은 "(100분토론 제작시)임시 직원을 채용해 시청자 의견을 찬성, 중립 반대로 분류하게 하고 거친 욕설 등을 삭제하고 문장을 부드럽게 다듬도록 했다. (시청자의견 조작사건은)그 직원이 업무를 처리하던 중 발생한 사고"라고 해명했으나 해당 직원은 시청자 의견 관련 업무를 한 바 없고, 그 때문에 해고 당한 것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송 본부장은 책임을 물어 비정규직 PD와 작가를 해임했다고 방문진에 보고했지만 비정규직 이영배 PD는 여전히 '100분토론'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디어발전국민연합은 25일 성명을 내고 "'100분 토론'이 시청자 게시판의 여론조작 및 왜곡을 해당 프로그램을 위해 근무하던 비정규직 탓으로 돌리며 진상을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이라며 "그럼에도 MBC 엄기영 사장 등은 '흔들리지 않고 가겠다'며 마치 자신들이 무슨 '열사'나 되는 양 행동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발련은 "100분토론의 시청자의견 조작건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감점을 받는 수준의 중징계를 받았으면 당연히 엄 사장은 진상조사를 통해 사실을 명확히 밝혔어야 했다"면서 "송 본부장, 엄 사장 등은 20년 이상 방송계에 종사한 사람들인데 말도 안 되는 보고서를 보고도 그대로 방문진에 허위보고했다는 것은 이들이 사건 은폐에 직접 가담했거나 묵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발련은 "MBC와 같은 시청자 의견 조작, 사건 경위 은폐가 자칭 '공영방송'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해외토픽감"이라며 "방문진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즉시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공정언론시민연대도 "MBC는 '100분토론' 허위·조작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온 국민에게 무차별적으로 전달되는 방송에서 편파적인 정보전달을 일삼은 것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국민의 의견까지 조작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MBC는 조작자들의 사유물로 국민 혼란과 분열을 부추기는 흉기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언련은 "단순한 오보에도 작게는 편집국장 사퇴에서 더 나아가 프로그램 폐지, 이사장과 사장의 사퇴까지 단행하는 선진국의 방송문화에 비교하면 현재 MBC 경영진의 태도는 경악 그 자체"라며 "반복적인 국민의견 조작에 대해 사실관계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허위보고 의혹을 초래하고 있는 현 경영진을 보면 참담하다"고 개탄했다.
공언련은 "누가 국민의견 조작을 지시했고, 누가 집행했는가? 사실은 제대로 규명했으며 조작자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졌는가? 등에 대한 내용들이 뚜렷하게 밝혀져야 하고 권위주의시절에서 볼 수 없었던 여론조작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들이 반드시 강구돼야 한다"며 "방문진 이사회는 이 진실을 밝힐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100분토론'은 지난 5월 14일 '보수, 진보 갈등을 넘어 상생으로' 편에서 손석희가 시청자 서모씨가 게시판에 올린 의견으로 "진보 진영이 민주화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큼에도 불구하고…"라는 내용을 소개했지만 방송 직후 서씨가 시청자 게시판에 그런 글을 올린 적이 없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또 같은날 시청자 조모씨가 올린 "진보든 보수든 다 나라 사랑하고…"라는 내용의 글을 소개하면서 진보는 '좌파'로 보수는 '수구'로 바꿔 읽어 방통위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