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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나가와강을 오가는 유람선 쪽배. ⓒ 뉴데일리
    일본 후쿠오카공항에서 전철로 50분 거리의 작은 도시 야나가와(柳川).
    수로의 도시로 알려진 이곳은 한국인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관광지이다.
    야나가와가 낯선 이들은 일본 영화 '도쿄 맑음'을 떠올리면 된다.
    ‘러브레터’로 한국에 잘 알려진 나카야마 미호(中山美穗)와 ‘쉘 위 댄스’에서 익살 연기를 선보였던 타케나카 나오토(竹中直人)가 출연가 주연한 이 영화에서 주인공 부부가 신혼여행으로, 또 부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여행으로 찾았던 곳이 바로 야나가와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야나가와의 아름다운 풍경은 ‘일본의 베니스’라는 호평을 받으며 야나가와의 이미지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다.

    수로관광을 위해 연 120만여 명이 야나가와를 찾는다. 수로를 이용한 ‘카와쿠다리’라는 뱃놀이가 시민들을 먹여 살리는 셈이다.
    이 같은 지역발전엔 한 공무원과 주민들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4대강 살리기라는 중요한 국가사업을 앞둔 한국으로선 귀담아둘 만한 모범사례이기도 하다.

    야나가와의 수로는 약 400년 전 지방 영주가 성하에 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아베강등 하천을 개수하기 시작한 것이 출발이었다.
    도시 전체가 그물로 짜여진 듯 수로로 연결되어 있다. 주민들은 수로의 물을 담수해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했다. 만조 때 바다보다 얕은 지역 특성을 살린 수로였다.
    야나가와 상공회의소에서 1955년부터 5척의 배를 건조하여 뱃놀이사업을 실험적으로 시작했다. 1961년에는 제1호 뱃놀이 회사 야나가와 관광개발㈜이 설립되어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하였다. 당초는 상공회의소 멤버의 출자로 출발한 사업이었지만 중간부터 철도 회사(니시테츠)가 자본 참가하는 것에 의해 경영이 순조롭게 되어 갔다.
    그러나 상수도가 보급되면서 시 전역의 수로는 쓰레기가 넘치고 물은 썩어갔다. 생활의 뿌리이던 수로가 죽어갔다.
    음료용으로서의 역할이 1945년대의 상수도 공급과 함께 없어지면서 수로를 소중히 생각하는 시민 의식이 희박해진 것이다.

    시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쓰레기를 치웠지만 주민들이 계속 쓰레기를 버려 청소는 예산만 잡아먹을 뿐 전혀 효과가 없었다. 1965년대부터 시 주도의 준설 사업을 했지만 정화가 되지 않자 시는 1977년 매립 계획을 결정한다.
    국토교통성에 해당 예산을 청구하는 등 매립계획이 무르익을 때 시청의 말단 계장이 나섰다.
    그 자신이 혼자서 틈만 나면 수로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주말도 휴일도 없이 수로 청소에 나서는 그의 진지한 모습에 쓰레기를 버리던 주민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그는 하나 둘씩 그를 도우려 나선 주민들에게 말했다.
    “주민 스스로 수로를 깨끗이 하든지, 아니면 수로 매립을 하든지 선택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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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로 주변의 말끔히 정돈된 주택가. ⓒ 뉴데일리
    시민들은 수로 정화를 택했다. 수로 살리기를 위해 200여 개 시민단체가 생겼다. 이들은 스스로 하천정화계획을 세우고 수로매립 계획을 중단시켰다.
    시와 시민이 협력한 하천정화사업이 1978년부터 5년간 실시되었다. 구체적으로는 시 중심부의 수로 60㎞ 구간(뱃놀이코스 10㎞ 포함)을 대상으로 특히 더러웠던 35㎞구간이 준설되었다. 시는 매년 2000만 엔씩 5년 간 약 1억 엔을 투자했다.
    주민들의 수로매립 반대 운동은 일본의 하천법도 바꿨다. ‘주민들과의 협의를 바탕으로 하천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의사를 가장 우선한다는 내용을 담게 된 것이다.
    야나가와시의 수로 담당자는 “하천 옆의 고층 맨션 계획을 없애고 건물 높이며 색상 등을 조화롭게 하는데 주민들의 참여를 구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하고 “하지만 시에서 최소 마을 단위로 계속적인 설득을 해 시민 위주의 유지관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도 야나가와시의 주민들은 1년에 몇 차례씩 수로를 청소한다.
    유람선을 운항하는 사공은 “수로 청소 때마다 5만여 명의 시민들이 참가한다”고 말했다.
    야나가와시의 인구가 7만 5000여명이니 주민 전체가 참여하는 셈이다. 야나가와의 이 같은 민관 한마음의 내 고장 강 살리기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카 하야오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1985년 제작된 ‘야나가와의 운하 이야기’가 그것이다.

    사계절 내내 이어지는 뱃놀이는 6개 회사에서 100여 명의 사공에 의해 이뤄진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은퇴한 노년층들이다.
    “강을 살리니 지역경제도 살아났습니다. 강을 매립하고 죽은 강으로 버려뒀으면 야나가와시 전체가 오늘같은 활기는 없었을 겁니다.”
    한 시간 남짓한 뱃놀이를 마치고 쪽배에서 내리는 기자에게 사공이 자랑스럽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