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최대 부동산신탁사…2017년 자산 1조원 돌파차입형 신탁사업 주력…신탁계정대 1년새 33% 증가NCR 637%→269% 4년째 하락…"재무안정성 미흡"
  • ▲ 한국토지신탁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역삼동 코레이트타워. ⓒ네이버지도
    ▲ 한국토지신탁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역삼동 코레이트타워. ⓒ네이버지도
    국내 최초, 최대 부동산신탁사인 한국토지신탁이 재무건전성 악화에 직면했다. 추후 재무부담 가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신탁계정대가 3분기 기준 8000억원에 육박한 가운데 재무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4년연속 감소하며 업계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순이익도 전년동기대비 줄며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23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은 국내 14개 부동산신탁사 가운데 가장 오랜 업력을 보유한 기업이다. 1996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자회사로 설립됐고 2010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며 민영화 수순을 밟았다.

    민영화후 아이스텀앤트러스트와 리딩밸류일호유한회사, 엠케이인베스트먼트 등에 차례로 인수됐고 이 과정에서 2016년 코스피에 상장됐다. 현재 최대주주는 엠케이인베스트먼트로 지분 24.25%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주력사업인 차입형 토지신탁에 더해 신탁방식 도시정비사업, 리츠(REITs) 등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나갔다. 그 결과 2017년 별도기준 총자산 1조1455억원을 기록하며 신탁사 최초로 자산규모 1조원을 돌파했다.

    그해 영업수익(매출)도 2294억원을 기록하며 2000억원대 고지에 올라섰고 이듬해인 2018년엔 2544억원으로 또한번 최대실적을 경신했다.

    이후 엠디엠그룹 계열인 한국자산신탁과 업계 1·2위를 다투며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했다.

    한국토지신탁의 빠른 성장배경엔 차입형 토지신탁사업이 있었다. 이 사업은 신탁사가 시행사로부터 토지를 신탁받은 뒤 자금(신탁계정대)을 직접 투입해 공사비 등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관리형사업보다 수익률이 높고 신탁계정대를 통한 이자수입까지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공기지연이나 미분양 발생시 손실분을 신탁사가 모두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사업으로 분류된다. 

    2016년부터 뛰어든 도시정비형 신탁사업도 성장의 한 축이 됐다. 이는 2016년 3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에 따라 부동산신탁사도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참여가 가능해진데 따른 것이다.

    정비사업 경우 조합원들이 분양물량 일부를 차지하는 만큼 일반 개발사업보다 미분양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고 분양매출 3~5%가량을 수수료로 거둬들일 수 있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사업도 성장의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한국토지신탁은 2001년 부동산투자회사법 제정으로 리츠 시장이 열리자 국내 최초로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영업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한국토지신탁의 성장세는 2020년대 들어 둔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별도기준 연도별 영업수익을 보면 2018년 2544억원을 기록한 뒤 △2019년 2396억원 △2020년 2091억원 △2021년 2051억원 △2022년 1882억원 △2023년 1871억원으로 5년연속 하락했다.

    지난해엔 2210억원으로 2000억원대를 회복했지만 순이익 경우 279억원으로 최대실적을 낸 2018년 1335억원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올해 경영성적도 신통치 않다. 3분기 별도기준 영업수익은 1398억원으로 전년동기 1260억원대비 10.9% 늘었지만 순이익은 209억원으로 같은기간 283억원보다 26.1% 줄었다. 특히 3분기 실적만 보면 -12억원으로 손실을 기록했다.
  •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재무건전성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3분기 기준 대손충당금을 반영한 신탁계정대는 7642억원으로 전년동기 5746억원대비 33.0% 증가했다.

    신탁계정대는 신탁사가 사업비 조달을 위해 직접 조달하는 자금으로 주로 차입형 신탁사업에서 활용된다. 미분양이나 공사지연, 공사비 상승 등으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신탁사 손실로 잡힐 수 있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영업용순자본비율이란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위원회는 최소 150%이상 유지를 권고하고 있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경영개선권고가 발동된다.

    한국토지신탁 영업용순자본비율은 △2020년 637% △2021년 374% △2022년 341% △2023년 306% △2024년 269%로 4년연속 하락하며 200%대로 내려앉았다.

    올해에도 재무건전성은 회복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3분기 기준 영업용순자본비율은 251%로 지난해말 대비 18%포인트(p) 떨어졌다.

    같은기간 한국토지신탁보다 영업용순자본비율이 낮은 신탁사는 전체 14곳중 무궁화신탁(-439%)이 유일하다.

    무궁화신탁 경우 지난해말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받았고 자회사인 무궁화캐피탈이 최근 회생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이를 감안하면 한국토지신탁 영업용순자본비율은 업계 최하위권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자산건전성, 자본적정성 등 재무안정성은 다소 미흡하다"며 "현 사업장에 대한 신탁계정대 회수가 지체되는 가운데 신규수주 사업장에 대한 신탁계정대 투입으로 고정이하자산 잔액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선주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한국토지신탁은 업계 수위권 자본력과 이익창출력을 바탕으로 우수한 자본완충력을 유지해왔지만 2023년 이후 신탁계정대 및 차입조달 확대로 자본적정성 지표가 저하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신탁계정대 및 대손준비금 증가로 잉여자본과 영업용순자본비율이 저하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