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한해 최대 '대어급 매물'로 손꼽히는 하이닉스 인수전에 단독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던 효성그룹이 인수 의사를 전격 철회해 논란이 일고 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12일 "시장가치 극대화와 국가 기간산업 보호라는 목적으로 하이닉스 인수를 접근했으나, 최근 세간에서 제기되고 있는 특혜 시비로 인해 공정한 인수추진이 어렵게 됐다"며 "하이닉스 인수 의향을 철회코자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사돈 기업 '특혜' 논란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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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성그룹의 인수 포기로 올 한해 최대 M&A 매물로 꼽혔던 하이닉스반도체의 인수 향방은 다시금 오리무중에 빠졌다. ⓒ 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회사를 인수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좋은 조건으로 인수를 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해야 할 텐데, 그러한 협상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특혜 시비가 불거지는 상황이라면 협상을 진행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덧붙여 "당사가 하이닉스를 인수하도록 특혜를 준 것 같다는 의심은 전혀 근거가 없고 그러한 특혜는 전혀 있지도 않았고 있을 수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와 관련, 시장의 오해와 억측·루머가 난무했지만 당사는 이번 일을 통해 시장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통감했고 향후 주주 및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하이닉스 주주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 역시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하이닉스의 M&A와 관련,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에 따른 특혜시비 등의 사유로 하이닉스 인수 의향을 철회함에 따라 효성과의 M&A 협상을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은 "M&A 자문사단 및 주주협의회와 협의를 거쳐 재무 및 경영능력을 보유한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재매각 공고를 하는 등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M&A 등을 재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산총액 6조원 기업이 12조원대 기업을 인수?

    사실 효성은 이번 인수를 위해 사업부 및 자산매각, 지주회사 전환 및 해외부문 상장 등을 통한 자체 자금 조달과 국내외 재무투자자와 컨소시엄 구성을 포함한 구체적인 인수대금 마련 계획을 추진 중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 검찰이 조석래 회장 일가의 미국 하와이 부동산 매입을 둘러싼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서며 그룹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한편 하이닉스 채권단이 효성 측에 15~20%의 지분만 팔고 나머지는 우호지분으로 남겨 놓겠다는 안을 발표, '특혜 시비'까지 불거지며 경영진 측에서 더 이상 하이닉스의 단독 인수를 밀어붙이기 힘든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하이닉스의 3/4분기 영업이익이 2000억원에 달하는 등 최근 들어 몸값이 급등하고 있는 점도 인수 포기를 앞당기게 한 주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하이닉스의 매각대상 주식은 하이닉스 총 주식의 28.07%에 해당하는 1억6548만주 가량이며 순수 매각대금만 3조6500억원 가량 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족히 4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총 자산이 6조2000억원대(올 2/4분기 기준)에 불과한 효성이 시가총액 12조 원이 넘는 세계 2위 D램 업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하이닉스 채권단이 채권단 보유 지분 가운데 15~20%만 팔 경우 매각대금이 2조원대로 감소, 효성의 부담이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된다. 당연히 '특혜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하이닉스, 내년에도 매각 불투명

    효성이 하이닉스의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채권단은 즉각적으로 재입찰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매각이 현실화 되기까지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인수 의사를 보이고 있는 기업이 전무하고 대우조선해양과 대우건설 등 대어급 M&A 매물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

    일단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 포기는 주식시장에서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효성의 주가는 전일대비 14.8% 급등한 7만9100원으로 상한가 마감했다. 기관투자가들이 집중적인 매수에 나서 거래량도 772만주를 기록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효성의 단독 인수 발표로 30% 가까이 떨어졌던 주가가 10만원대를 다시 회복할 가능성도 있다"며 "조만간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