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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28일 청와대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양자회담을 갖기로 함에 따라 최근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을 맞은 한반도 정세와 관련, 이날 양자간 어떤 대화가 오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총리. 이와 관련 장즈쥔(張志軍)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오는 28일부터 내달 3일까지로 예정된 원 총리의 아시아 4개국 순방 일정 중 이명박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 및 한·중·일 3개국 정상회의를 거론, "큰 성과를 거두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26일 밝혔다.
장 부부장은 "원 총리의 이번 방한은 양국의 경제분야 협력을 도모, 한중 자유무역지대를 건설하는 한편 한중 양국의 정치적 신뢰도를 높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예단했다. 아울러 3개국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국제 및 지역 문제의 공통 관심사항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혀 이번 천안함 사태에 따른 3개국의 입장 조율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한·중 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간 경제적 협력 문제는 물론 최대 현안인 천안함 사태를 풀어가기 위한 전략적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천안함 사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북한 제재 움직임에 미온적 태도를 견지했던 중국이 최근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를 통해 "북한이 연루됐다면 솔직히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조금씩 태도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공식적인 태도 변화 역시 이번 회담에서 기대되는 부분 중 하나다.
북한과 혈명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동시에 러시아와 함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견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따라서 한미일 3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효과적인 '대북압박 카드'를 내밀기 위해선 중국의 입장 변화가 필수적이다.
지난 3월 18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중국 북경 인민대회당에서 원자바오 총리와 회담을 갖고 있는 모습. 일각에선 한ㆍ중 FTA 조기 체결이 중국의 대북 외교 방향을 우리쪽으로 선회하도록 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중국은 한ㆍ중 FTA 체결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번에 방한하는 원자바오 총리가 처음으로 양국간 FTA 추진 의사를 밝힌 이래 중국은 지난해 10월 열린 제2차 한ㆍ중ㆍ일 3개국 정상회의에서도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등 동북아 3국의 '경제적 맹주'로 거듭나기 위해 중국산 농산물 수출를 극대화 할 수 있는 FTA 타결에 수년간 노력을 기울여왔다.
장즈쥔 중국 외교부 부부장도 이번 원 총리의 방한이 한·중 자유무역지대를 건설하는데 가장 큰 목적이 있음을 노골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FTA 체결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우리나라가 내보일 경우 중국 역시 북한에 치중해 왔던 외교 전략을 대폭 수정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
사실 한ㆍ중ㆍ일 3개국은 지난 23일부터 서울에서 통상장관급 회동을 갖고 FTA 체결을 위한 실무적인 원칙 구상에 합의하는 등 동북아 자유무역지대를 구축키 위한 기반을 차곡차곡 쌓아오고 있다.
FTA 등으로 한국과 중국이 경제적 협력관계가 대폭 강화된다면 천안함 사태 뿐 아니라 각종 외교 사안에서도 우방 국가로서의 지위를 누릴 공산이 크다.
한ㆍ중 FTA가 타결되면 당장 이익을 손에 쥐는 쪽은 중국이다. 풍부한 인력 인프라를 통해 생산된 값싼 공산품과 농산물을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는 길에 열리는 것은 물론 상대적으로 해외 기업의 유치가 활성화 돼 고용 시장 및 내수 경기가 살아나는 호재를 맞을 수 있다. 나아가 '세계의 공장'이자 동북아 3국의 수장으로서 미국에 맞서는 유일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3개국간 FTA는 중국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다.
결국 정치ㆍ외교적 수확을 거두려는 한국과 경제적 이익 관계를 구축하려는 중국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면 '한ㆍ중 FTA'는 양자 모두가 '윈-윈'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 양자 회담이 과연 전쟁 억지력을 높이는 연결 고리로 작용할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