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화학업계에선 유독 '잘 나가는' 학연으로는 단연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들을 꼽을 수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 학번의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들이 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급으로 포진하면서 화학업계의 핵심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이 대학에 들어갈 당시는 국가 차원에서 중화학 공업을 육성하던 시기였다.

    이 때문에 80년대의 전기ㆍ전자공학과가 그랬던 것처럼 60~70년대에 전국의 수재들이 모였다는 서울대 공과대학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졌던 곳이 바로 화공과였다.

    서울대 화공학과 출신 CEO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은 69학번인 LG화학 김반석(61) 부회장과 홍기준(60) 한화케미칼 사장이다.

    1968년 경기고를 졸업한 김 부회장은 1년을 재수해 서울대 화공학과에 입학해 1969년 서울고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에 합격한 홍 사장과 학번이 같다.

    김 부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공부를 못해서 대학에 한 번 떨어졌다"면서 "재수를 한 덕분에 친구들을 더 많이 사귈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두 CEO는 석유화학 업계에서 처음 시작했지만 최근 신성장 사업 추진에 여념이 없다.

    김 부회장은 전기자동차에 쓰이는 2차 전지 사업을 뚝심 있게 추진해 업계 최고의 결실을 거두고 있고 홍 사장은 태양광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LG화학은 특히 김 부회장의 뒤를 잇는 서울대 화공과 학맥이 강력하기로 유명하다.

    석유화학사업 본부장 박진수(58) 사장, 기술연구원장 유진녕(53) 부사장, NCC ㆍPO 담당 권승혁(55) 부사장, ABSㆍEP 담당 오장수(56) 부사장 등이 서울대 화공과 출신이다.

    굵직굵직한 국내외 인수합병으로 주목받은 호남석유화학의 정범식(62) 사장도 서울대 화공과 67학번이다.

    대학을 졸업하던 1971년 한국종합화학공업에 입사했고 1976년 계장 직급을 달고 호남석유화학 창립 멤버로 참여, 2007년 사장이 됐다.

    71학번의 활약도 눈에 띈다.

    2008년까지 SK인천정유 대표를 지낸 SK가스 최상훈(58) 사장도 서울대 화공과 71학번이다.

    세계 최대의 화학기업 바스프의 한국 지사인 한국바스프의 대표이사 조진욱(58) 회장과 한국바스프 출신으로 현재 태광산업 대표이사인 이상훈(58) 사장도 대학 입학 동기생이다.

    50대 중반을 살펴보면 SK그룹의 기술혁신센터장(TIC)인 박상훈(55) 사장은 서울대 화공과 73학번이다. 박 사장은 SK그룹이 사활을 걸고 있는 SK차이나에서 에너지와 중국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이수화학 강인구(56) 대표도 박 사장과 이 학과의 73학번 동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