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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회담 개최와 전반적 성과
11월 11일과 12일 양일간 G20 회의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회의는 우리의 국격이 제고된 부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 부분에 있어서 아이러니하게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큰 역할을 했다. 위기로 인해 G8 체제로는 부족함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중국과 브라질을 포함, 많은 국가들이 참여하여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G20체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재무장관회담이었던 G20 회담이 정상회담으로 격상되었고 우리도 이 그룹에 포함되면서 새로운 계기를 맞이한 것이다. 더구나 우리는 2010년 서울회의의 의장국이자 개최국이 되어서 큰 역할을 해 냈다. -
금번 회의의 성과는 상당하다. 우선 환율 및 경상수지에 관해 구체적인 일정에 합의함으로써 최악의 환율전쟁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회의에서는 경상수지에 대한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고 워킹그룹을 구성하여 내년 상반기까지 IMF와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아 다음 의장국인 프랑스가 중심이 되어 가이드라인을 만들도록 하였다.
또한 이 가이드라인에 의한 평가를 IMF가 하도록 하되 실시를 내년에 하도록 함으로써 시한을 확정하는 진일보된 합의를 이끌어냈다. 컵이 물에 반씩이나 있느냐 반밖에 없느냐는 식으로 보면 당장 이 이슈를 풀지 못한 점은 있으나 이 이슈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해 구체적 시한을 정했다는 점은 상당한 소득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경주 재무장관회의에서 시장결정 환율제도에 합의하는 등 상당한 진전을 보았기 때문에 금번 합의에서 추가된 내용이 적게 보일 수도 있지만 재무장관회의도 G20 회담의 일부임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또한 이번 회의에서는 FSB와 바젤위원회가 확정한 금융개혁과제들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졌는데 그 중에서도 자기자본에 대한 증가된 기준, 장외파생상품, 신용평가기관 개혁 그리고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에 대한 각종 규제에 대해서도 진일보된 합의가 이루어졌다. 또한 국제기구개혁 의제에 있어서는 IMF 쿼터 6%p를 유럽에서 신흥시장국으로 이전하는 것에도 합의함으로써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코리아 이니셔티브또한 이번 회담의 주요의제에는 코리아 이니셔티브가 있었다. 우리가 제시한 의제가 합의에 이른 것이다. 우선은 금융안정망 문제이다. 우리는 외환관리 실패로 인해 IMF의 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다. 당시 IMF는 자금지원을 이유로 초긴축정책을 요구하였다. 금리를 30% 가까이로 올리고 재정흑자 내지 균형을 유도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는 1998년 -6.9%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역사상 최악의 성장률이었다.
우리나라의 경험 이후 IMF의 지원을 받으면 일종의 낙인효과(stigma effect)가 나타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번 안정망 이슈에서는 탄력대출제도(FCL)와 예방대출제도(PCL)를 새로 도입하거나 기존 조건을 대폭 완화하여 IMF의 지원을 쉽게 빨리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지금까지는 문제가 터지면 이를 수습하는 개념이었는데 이제는 예방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코리아 이니셔티브의 또 하나 이슈는 경제개발이다.
6개 분야에서 19가지 과제를 도출하여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에 대해 다양한 차원의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물고기를 잡아 주는 방식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그물을 제공하거나 그물을 만드는 기술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지원 형태를 다양화함으로써 자선이 아닌 자활의 개념이 추가되었다. 이제 우리가 개도국에 개발 노하우를 전수하는 과정에서 위상 제고를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저개발국에서 선진적 신흥 시장국으로 단숨에 뛰어 오른 경험이 있다. 이로 인해 이 의제는 많은 호응을 받을 만했다. UN에 속한 국가가 192개국인데 G20에는 20개국만 포함되므로 172개국은 G20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개발과 관련하여 합의된 ‘서울 개발 컨센서스’는 이들 172개국을 대상으로 한 전략이며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의 위상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결과이다.또한 이번에 G20 회담과 함께 열린 회담이 있다. 바로 ‘비즈니스 서밋’이다.
34개국 120개 기업의 CEO들이 모이는 경제지도자 회의가 G20와 같이 열렸는데 금번에 모인 120여 기업의 매출액을 다 합치면 약 4조 달러 즉 4400조원 정도가 된다. 과거에도 이런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훨씬 체계적으로 모임이 기획되고 추진되었는데 특히 대주제 4개를 미리 지정하여 토론에 임한 것이 특징이다. 무역 및 투자, 금융안정, 녹색성장, 기업 사회적 책임이 대주제이고 각 주제별로 3개씩의 소주제가 선정되어 총 12개의 워킹그룹이 결성되었고 이 워킹그룹별로 사전보고서까지 발표된바 있다. 또한 12개 워킹그룹별로 컨비너(좌장)가 미리 임명되어 모임을 주도하도록 함으로써 면밀한 준비가 이루어졌다.
향후 과제
이처럼 이번 회담은 세심한 준비를 통해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졌고 비즈니스 서밋같은 자매회담까지 잘 개최됨으로써 여러 가지 면에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45년 얄타회담에서는 미국·영국·소련의 3개국, 즉 요즘 표현으로 하면 G3가 모여 한반도의 분단을 결정하였다. 1985년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모여서 환율과 관련한 대타협을 이끌어낸 플라자 합의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의 5개국이 모인 회담이었다. 그런데 이 회담 이후 가시화된 엔화의 대폭 절상 국면에서 일본 제품의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지면서 우리나라 수출품의 매출은 놀랄 정도로 증가하였다. 속칭으로 하면 대박이 터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이 회담에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에게는 선진국들의 합의가 외부적으로 주어진 구도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주어진 구도에 만족하지 않고 구도를 만드는 작업에 참여할 정도가 되었고 G20는 이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이번 회담을 계기로 우리의 위상이 제고된 부분만큼 능력을 발휘하여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힘이 크게 발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한국선진화포럼 /선진화포커스 4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