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벨상위원회의 실수로 노벨 물리학상 수상이 좌절된 김 필립(43) 미국 콜럼비아 대학 교수는 한국인 가운데 노벨상에 가장 근접해 있는 과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서울 태생인 김 교수는 1986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 입학해 물리학도로서 첫발을 내디뎠고 1992년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김 교수의 대학동기인 서울대 물리학과 홍승훈 교수는 "다른 학생의 몇 배는 더 공부했을 뿐만아니라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직관력이 무척 뛰어났다"며 서울대 재학 시절의 김 교수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석사과정을 마치자마자 미국 하버드대 물리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해 1999년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년간 버클리대 물리학과에서 박사후 과정(Post-doc)을 밟았다.

    김 교수는 박사후 과정 동안 고체 내 전자의 특성을 측정하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홍 교수는 "일반적 고체 내에 존재하는 전자와 탄소의 단층구조체인 그래핀 내 전자는 특성이 완전히 다르다"며 "김 교수가 박사 후 과정 중 익힌 전자의 특성을 측정하는 기술이 그래핀 연구의 밑바탕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1년 컬럼비아대 교수로 임용된 김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탄소의 복층구조체인 그래파이트를 한 층씩 분리하는 연구에 착수, 2005년 네이처지에 그래핀의 물리적 특성을 처음으로 규명한 논문을 게재해 물리학계는 물론 IT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래핀은 물리적·전기적 특성이 우수한 데다 잘 휘어져 차세대 반도체,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등 미래산업의 핵심소재로 쓰일 수 있어 천문학적 시장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과학잡지인 네이처는 김필립 교수가 노벨상위원회의 실수로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에서 제외됐다는 주장을 제기했었다.

    네이처지는 최근 온라인뉴스를 통해 이번 201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안드레 가임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솔로프 박사가 선정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미국 조지아텍 대학의 월터 드 히어 교수가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드 히어 교수는 “노벨상위원회는 김 교수의 성과를 과소평가했으나 많은 학자는 김 교수가 공동수상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수상자인 가임 교수 또한 “김 교수가 중요한 공헌을 했다. 기꺼이 그와 상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고 네이처는 전했다.

    노벨상 위원회도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처에 따르면 노벨상 위원회는 “일부 실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웹 버전에서는 수정하겠다”고 밝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