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강, 4대강, 그리고 강산 개조론
  •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강은 한탄과 외면의 대상
    나일강 상류 삼림 파괴되자 토사 늘어
    강물 범람하고 선박출입 어려워 상업 쇠퇴


    나일강을 기반으로 형성되고 찬란한 꽃을 피운 이집트 문명이 종국에 역설적이게도 나일강 때문에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집트 문명이 번창함에 따라 나일강 상류의 풍부한 삼림이 연료와 선박건조용으로 벌목되었고, 이로 인해 엄청난 양의 토사가 강으로 쏟아져 강바닥이 얕아졌다. 그 결과 강물이 수시로 넘치고 선박의 출입이 어려워지면서 국가의 상업은 쇠퇴할 수밖에 없었다. 강산과 국운이 얼마니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것인지를 다시 생각케 하는 사례이다.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를 봐도 이런 사실은 잘 알 수 있다. 주권을 잃은 우리의 삼림은 일제의 목재 공급원으로 무자비하게 수탈되어 산은 붉게 헐벗었다. 산이 물을 잡아주지 못하니 비가 조금만 많이 내려도 강이 쉽게 넘쳤으며, 반대로 조금만 가물어도 강은 메말랐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본 우리의 강산은 바로 황폐화된 강산이었다. 그것은 산의 성질도 강의 성질도 갖추지 못한 재해의 땅덩이었다. 목재와 임산물을 제공하고 깨끗한 물을 제공하고 풍부한 어족 자원을 제공하는 강산이 아니라 무너져 내려 집터를 삼키고 사람을 매몰시키고, 넘치거나 메말라 그렇지 않아도 고통스런 백성에게 더욱 고통을 안겨주는 강산이었다.

  • ▲ 차윤정 4대강추진본부 환경부본부장.
    ▲ 차윤정 4대강추진본부 환경부본부장.

    강산이 단순히 자연이 아닌 것은 그것이 한나라의 국토를 이루기 때문이다. 도산 선생이 강산개조론을 강조한 것도 강산이란 궁극적으로 한 나라의 안녕과 번영을 결정할 중요한 국토이자 자원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그는 국력에 비례하는 강산의 풍요로움을 경험한 선각자였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더욱 파괴된 이래 1960, 70년대 국가의 강력한 의지로 전개된 산림 재건운동은 반세기만에 우리나라를 산림 강국으로 만들었다. 민둥산이라는 말 자체가 거의 잊혀졌다. 울창한 산림이 주는 다양한 물질적 혜택과 환경적 서비스를 누리게 되었으며, 산림 재건의 신화는 국민적 자부심이 되었다. 안창호 선생이 꿈꾸는 산의 개조를 치산녹화를 통해 이루었으며, 나아가 새마을 사업을 통해 농촌과 우리의 삶을 또한 개조했다.
    그러나 우리의 강은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산업화의 쓰레기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산사태가 거의 사라진 지금도 여전히 강은 홍수와 가뭄이라는 재해를 발생시키고 있으며, 강바닥에 가득 찬 토사로 강의 지형성을 잃어가고, 부족하고 오염된 물로 강의 생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벌거벗은 민둥산을 푸르게 만든 것은 자연의 힘 보다는 인간의 의지였다. 마찬가지로 맑은 물 넘실대는 강으로 만드는 일에 사람의 손길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만일 강 스스로가 치유하고 복원하는 힘을 가졌다면 강은 지금보다 훨씬 나아져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우리의 강은 한탄과 외면의 대상이다. 강을 끼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100여 년 전의 백성들과 마찬가지로 강으로 인해 시름하고 있다.

    지금의 4대강 사업은 멀쩡한 강을 파헤치는 사업이 아니라 도산 안창호 선생 때부터 걱정해왔던 피폐했던 강을 드디어 개조하는 사업이다. 일찍이 나일 문명을 무너뜨린 강바닥의 토사를 걷어내어 물의 범람을 막고, 강이 메마르지 않도록 보를 세워 물을 보존하는 사업이다.

    함부로 사용했던 강변을 정비하여 생물도 사람도 안심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복원하는 사업이다. 도산 선생이 말한 대로 강산이 개조되면 새도 물고기도 돌아올 것이다. 4대강 사업의 완수는 산과 강으로 이루어진 국토의 완전한 개조를 의미하는 것으로 국민의 안녕을 위한 국가적 책임의 완수를 뜻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것은 외세의 침입이나 전쟁이 아니다. 그것은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재앙으로 그 징후는 알 수 있으나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한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전체 강수량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름동안의 강수량은 증가하고 있으나 겨울철, 즉 갈수기의 강수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홍수와 가뭄의 피해가 더욱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에 대한 개조는 황폐한 강을 재건하는 수준을 넘어 미래를 대비하는 국토운영의 막중한 임무가 되었다.

    외세에 의해 주권도 국토도 잃어 잃었던 우리나라가 강산을 개조해 우리민족을 구하고자 했던 것이 불과 100여 년 전인데, 산림녹화 기술은 세계의 산림을 재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올 해 말이면 완공되는 4대강 사업의 성공 역시 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수많은 세계 시민과 지구 물 환경을 극복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확신한다. 

     차윤정(생태학자.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환경부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