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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임상수 특파원 = 60년 전 한국전쟁에 참전해 혁혁한 공을 세웠던 미국의 역사적인 전함 USS 아이오와(Iowa)가 한국인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1943년 1억2천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으로 건조돼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각종 군사작전에서 위용을 자랑했던 아이오와호는 현재 샌프란시스코 북쪽 베니시아 인근의 '수위선만 예비선대'(Suisun Bay Reserve Fleet)에 다른 퇴역 전함들과 함께 정박해 있다.
전장 270m, 무게 4만8천t, 14층 빌딩 높이의 전함 아이오와호는 1990년 퇴역 후 그동안 자신을 보존해 줄 주인을 찾았으나 어려워진 미국 경제상황 등으로 선뜻 나서는 기업이나 개인이 없었다.
이에 따라 미 해군이 아이오와호의 해체를 고려하게 되자 미 전역의 뜻있는 민간인 50여명이 나서 비영리단체인 '역사적 전함기념관 준비위원회'(www.battleshipiowa.org)를 구성한 뒤 전함을 인수해 박물관 또는 기념관으로 만들기로 하고 기부와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 위원회 회장인 중국계 미국인 메릴린 웡(53.여)은 6일 "아이오와호는 2차대전과 한국전 등에 참전해 중요 임무를 수행한 만큼 자라나는 세대에게는 살아있는 역사교재"라며 "건조 당시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져 수학, 과학, 물리, 화학, 기술 분야에서도 놀라운 교본"이라고 설명했다.
5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무보수로 이 위원회를 운영하는 웡 회장은 미국에서는 민간단체가 전함을 양도받아 역사관으로 꾸민 사례가 40건이나 된다면서 민간단체가 미 해군으로부터 전함을 양도받으려면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재원 확보 내용 등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미국 내 기업 등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웡 회장은 연방하원의장을 지낸 낸시 펠로시 의원을 비롯해 미 정치권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연방법상 전함의 박물관 개조 등에 정부가 지원을 하지 못하게 돼있어 민간차원의 유치작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이오와호를 양도받아 박물관 등으로 고치는데는 최대 2천만 달러(224억원 상당)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웡 회장은 설명했다.
이 위원회는 양도승인이 나면 아이오와호를 내파밸리 인근으로 옮길 계획이다. 2차 대전 당시 전함을 건조한 조선소가 있었던 매어(Mare)섬 부근 발레오시로 옮겨 박물관과 호텔, 기업전시관, 각종 오락 및 관광시설 등으로 개조해 관광객 등을 유치할 계획인데 위원회 측은 연간 50만명 이상이 찾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위원회는 특히 아이오와호가 한국전에 참여했던 만큼 한국의 투자 참여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아이오와호가 정박할 자리가 샌프란시스코와 내파밸리 인근이어서 전함 내에 한국관, 한국기업 전시관 등이 만들어지면 매년 수많은 미국인과 외국인 방문객들에 노출되는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웡 회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 정부에도 지원을 요청했으며, 현재 지원 여부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오와호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3년 11월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 대통령이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 등과의 회담을 위해 이란 수도 테헤란으로 갈 때 이용했으며 2차대전 종전 때는 도쿄만에서 일본의 항복을 지켜보기도 했다.
한국전쟁 중에는 1951년 8월25일 원산항 인근에서 북한군 보급선을 공격하는 등 많은 전과를 올렸다. 한국전 이후에는 1988년 페르시아만에서 유조선의 출입을 호위했으며 1989년에는 훈련 중 발생한 폭탄사고로 수병 47명이 선상에서 숨지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