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정부發 구조조정' 오해말라"에도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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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4일 삼화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결정을 내림에 따라 저축은행 업계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취임과 함께 저축은행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인 정부가 본격적으로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을 쏜 것이 아니냐는 것.
정부는 이번 결정이 삼화저축은행에 국한된 것이지, 다른 부실 저축은행도 영업 정지라는 극약처방을 내리겠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적극 해명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적지 않다.
◇PF 부실 `엄습'..저축은행 `사면초가'
삼화저축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2010년 6월말 -1.42%로 1년 전 8.73%에서 급격히 떨어졌다. 일반대출의 부실이 누적된데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대출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삼화저축은행은 2009회계연도에만 당기순손실액(914억원)보다 큰 1천157억원을 대손충당금 등으로 쌓았다.
문제는 부동산 PF 부실이 비단 삼화저축은행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축은행의 PF채권 연체율은 정부의 PF채권 매입을 통해 작년 6월말 8.7%까지 떨어졌으나 작년 9월 24.3%까지 치솟았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부동산 PF가 저축은행의 존립을 위협할만한 골칫거리가 된 것이다. 현재 삼화저축은행을 포함해 6~7곳의 저축은행이 경영정상화를 시급히 추진해야 할 대상으로 관측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경영정상화 약정(MOU)을 맺은 61개 저축은행 가운데 이행실적이 불량한 일부 업체도 추가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 고삐
시장에서는 정부의 이날 결정을 전격적인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김석동 위원장 취임 후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렇게 발빠른 행보에 나설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향후 정부의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될 전망이다.
우선 회생가능성이 있는 저축은행은 MOU의 이행을 독려해 정상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일시적으로 어려움에 빠진 저축은행은 정부의 구조조정기금을 투입해 PF 부실채권을 매입할 수 있다. 정부는 현재 3조5천억원의 구조조정기금을 확보했다.
다만 작년 7월 61개 저축은행과 MOU를 체결하면서 2분기 연속 BIS비율이 8%를 초과하는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MOU에서 조기졸업시키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상당수는 조기졸업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MOU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는 저축은행은 삼화저축은행처럼 M&A를 통해 경영권을 박탈하는 극약처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이날 밝힌 삼화저축은행 M&A 방안은 이전 사례와 비교해 속도전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종래에는 예금보험공사가 가교저축은행을 만들어 자산과 부채를 이전하고 어느 정도 정상화한 뒤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경우 매각이 1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이번에는 가교저축은행 없이 곧바로 시장에 공개경쟁 입찰로 내놓아 2월 중순까지 최종 인수자를 선정하는 초단기 매각전략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인수자가 신규 저축은행을 설립하고 자산과 부채를 이전하는 방식이 동원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자산과 부채를 이전할지는 협상과정에서 결정된다는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매각과정의 실사를 통해 순자산 부족분 규모가 드러나면 일정 부분 예보기금으로 보충할 필요가 생긴다"며 "하지만 구체적인 지원규모는 저축은행의 프리미엄 등을 감안해 최종 매각가격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지주사 매각 공감대 형성됐나
정부가 이례적으로 초단기 매각일정을 내놓은 것은 금융지주사들과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한 결과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저축은행 인수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과 정부가 전격적으로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결정을 내린 것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정부는 금융지주가 저축은행 인수에 나서기로 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사전 교감은 없었다고 반박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삼화저축은행은 작년 7월부터 M&A 시장에 나왔기 때문에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며 "따라서 실제 매각과정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저축은행 부실이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고 이 경우 금융지주를 포함한 인수자들이 소극적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러시앤캐시가 중앙부산저축은행 인수를 포기한 것도 실사 과정에서 PF 부실채권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삼화저축은행의 영업정지 결정이 다른 저축은행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을 경계하고 있다. 삼화저축은행은 그동안 진행된 수차례 M&A 협상이 무산돼 더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영업정지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는 대주주 노력에 의한 자체 정상화가 가장 바람직한 상시 구조조정 방안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마치 다른 저축은행도 영업정지를 당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앙부산저축은행이 경영개선권고, 대전저축은행이 경영개선요구를 받았지만 극약처방인 경영개선명령 대상은 현재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