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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사퇴 검토 발언에 대한 청와대 반응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일단은 “왜, 갑자기…”라는 반응부터 나온다. 이 시점에 왜 사퇴 얘기를 꺼내느냐는 것이다. 청와대건 정부에서건 당에서건 누구도 그만두라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예고편’도 없이 갑자기 웬 얘기냐는 분위기다. 게다가 국무총리까지 지낸 분으로서는 ‘격’이 맞지 않는 발언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사퇴 검토 발언을 꺼낸 시점에 대해서도 말이 나왔다. ‘초과이익공유제’는 다름 아닌 정 위원장이 먼저 ‘툭’ 던진 정책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위원회 내부적으로 공론화를 거친 다음 내놓은 것이 아니라 개인의견을 툭 말해 논란의 정점에 선 상태에서 사퇴를 검토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의견이다.
정 위원장 스스로가 이익공유제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대기업 회장이 반론을 펴건 정부 부처 장관이 이의를 달건 치열하게 논쟁을 전개해야 한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그래 놓고 영 아니다 싶을 때, 마지막에 나올 말이 사퇴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퇴 가능성을 언론에 먼저 꺼낸 부분에 대해서는 정 위원장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국무총리실에는 국무조정실장이라는 자리가 있다. 말 그대로 정부 이견을 조정하는 업무를 맡는다. 정 위원장은 국무총리 시절 그 업무를 관장했었다”고 말했다.
그런 정 위원장이 내부 조율 이전에 공개적으로, 언론을 통한 해결 방식을 택함으로써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것이 아니냐는 불편한 감정이다. 이 때문에 충분히 조율해 나가면 되는, 큰 문제가 없는 사안인데도 마치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비치게 됐다는 얘기다.
그런 불편한 마음은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 말에서도 묻어난다. 그는 정 위원장의 사퇴 검토 보도를 두고 “정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정 위원장이 진짜 사퇴할 지는 모르지만 가정을 놓고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이 사안이 확대, 재생산 되는 조짐에는 조심스러워 했다. 청와대 참모는 “정 위원장이 열심히 해보려다 불거진 얘기일 것”이라며 “정부 정책은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는 여러 가지 목소리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은 이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라면서 “그러나 보다 좋은 정책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일사불란(一絲不亂)한 한 목소리보다 다사불란 한 게 더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