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이 돈 일부가 선물에 투자된 듯"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선물투자로 1천억원대의 손실을 봤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증권업계에선 자금 출처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최 회장이 보유 주식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맡기고 빌린 자금을 선물에 투자했다는 가설이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다.

    선물투자는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로 무한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애당초 투자 규모가 손실액보다 훨씬 작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24일 재벌닷컴 자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최 회장은 작년 9월14일 SKC&C 주식 401만696주를 우리투자증권에 맡기고 대출을 받았다. 당일 SKC&C 종가가 9만100원이었다는 점에서 대출액은 2천억원 남짓으로 추정된다.

    최 회장은 작년 9월 기준으로 SKC&C 주식 2천225만주(지분율 44.50%)를 보유했고, 증권사에 담보로 맡긴 주식은 18.02% 정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주식을 담보로 빌린 돈은 SK그룹 창업주 2세 간의 지분 정리에 활용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시장에 나돌았다. 선물투자가 개인 돈으로 이뤄졌다면 담보대출금 일부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이 아닌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것도 담보대출금의 선물투자 개연성을 높이는 정황이다"고 덧붙였다.

    이건희 삼성전자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등 30대 그룹에 속하는 총수 대부분은 주로 은행권에서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최 회장과 대조를 이뤘다.

    자금출처와 별도로 애당초 투자자금 규모가 세간의 추측보다 작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증권사 한 직원은 "선물시장에서 투기적으로 레버리지를 심하게 걸면 100억원으로도 충분히 1천억원 이상 손실을 볼 수 있다. 투자액이 손실액보다 훨씬 작다면, 그 출처는 말 그대로 개인 돈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물 투자의 위험 회피(헤지) 목적이 아니었다면 `대박'을 노리다 투자자금보다 몇 배 큰 손해를 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