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선물 투자로 1천억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SK그룹의 지배구조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그룹 총수가 고위험 투자에 나설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라면 지배구조 이슈가 생겼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25일 증권업계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지배구조 이슈는 순환출자 해소 문제다.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SK C&C 지분을 55.0% 갖고 있다. SK C&C가 지주회사인 SK 지분 31.8%를 보유함으로써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문제는 SK 자회사인 SK텔레콤이 SK C&C 지분 9%를 보유하면서 순환출자 구조가 됐다는 점이다.

    완전한 지주회사 체제로 가려면 순환출자를 없애야 했다. 이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이 SK텔레콤에서 9% 지분을 직접 사들이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2월 국민은행과 SK텔레콤의 지분 맞교환으로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했지만, 최 회장이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작년 9월에는 염두에 둘만 한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그룹 지배력을 더 높이려다 낭패를 봤다는 시각도 있다. 총수 일가가 SK C&C를 통해 보유한 SK 지분(31.8%)이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는 추론이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일부 그룹사를 제외하면 총수 일가가 지주사 지분을 40~50%가량 보유한다. SK그룹 경영권이 위협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추가로 지분을 높일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고 추정했다.

    `계열분리' 가능성이나 SK증권 지분정리 문제 등과 연결짓는 분석도 있다.

    사촌인 최신원ㆍ창원 형제와 그룹을 나누는 돌발 사태에 대비해 실탄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SK증권 지분을 정리해야 할 상황도 거론된다.

    다만 `지배구조'라는 핵심적인 사안을 해결하려고 고위험 파생상품시장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낮다는 견해도 있다. 단순히 개인적인 투자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KTB투자증권 오진원 연구원은 "지배구조와 연결하는 것은 너무 과도한 추측 같다. 계열분리 이슈에서도 최태원 회장보다는 사촌 쪽이 더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전용기 연구원은 "지난 20년간 한국의 재벌그룹 사주들이 개인적인 위험을 감수하는 경우는 대부분 2세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 있다. 이를 대비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SK그룹과는 무관하고 후계 구도의 고민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