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융 정책토론회서 제기
  •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들의 주주권이 적극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기업들의 거대 관료주의를 견제하고 시장의 취약한 공적 기능을 북돋을 수 있는 촉진자(catalyst)로서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료화로 창의성과 활력 저하, 동반성장 철학 부족 등 우리 대기업들이 지닌 한계가 미래 국가 경제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연기금 주주권 행사는 대기업의 효과적인 견제수단

    특히 이미 거대 권력이 된 대기업을 견제할 효과적인 수단으로는 자본주의 원칙에 입각한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가장 적절하다는 견해다.

    이 같은 주장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이 제기했다. 26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차 미래와 금융 정책토론회'에서다. 곽 위원장은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및 지배구조 선진화'를 요지로 한 이 같은 정책 건의안을 발표했다.

    그가 보는 견해는 이렇다. 그는 국민연금 적립액이 지난해 말 이미 324조원에 달하고 2043년에는 2500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지금이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본격적으로 검토돼야 할 시점"이라는 제언이다.

    국민연금만 놓고 본다면 지난해 말 현재 적립금의 17%인 55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했다. 이를통해 139개 국내기업의 지분 5%이상을 보유하게 됐다.

    그는 주주권 행사를 연기금 가입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민법상의 기본원리일 뿐만 아니라 국가재정법에서도 규정한 의무라고 본다. 또 ‘1주 1권리 행사’는 주식회사의 기본 원리이자 자본주의를 실현하는 교과서적 원칙이라는 시각이다.

    바로 이런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대표적인 불합리 사례로 신한금융 사태를 꼬집었다. 지난 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신한금융의 경영권 분쟁시 2대 주주인 국민연금(6.08%)이 일본계 주주 등과 달리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촉진제 역시 연기금 주주권 행사

    그는 특히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 침해 등의 문제를 푸는데도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직접 개입보다 낫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대기업의 문제점을 이렇게 진단했다. “대기업들이 과점 체제와 수직 계열화가 확대되면서 우리 경제 전체의 창의력과 활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기존 아이템의 효율화와 재무구조 안정에는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쌓아 놓은 내부 유보금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연결시키는 데는 불안한 모습”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전자를 예로 들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대가 예견되는데도 기존 휴대폰 시장에 안주하다가 아이폰 쇼크에 당황해야 했다"는 점을 날카롭게 적시했다.

    그러기에 국내 인재와 자원이 집중되는 대기업이 미래 먹거리가 될 새로운 분야의 개발이나 동반성장에 미온적인 것이 합당한 것인지 국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지분은 이건희 회장보다 많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삼성전자와 POSCO, KT 등의 사례를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지분이 삼성생명(4월 현재 7.45%)에 이어 두 번째(5.00%)”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 지분(3.38%) 보다도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기존 사업 아이템에 안주하려는 경영진들에 대한 견제와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해왔는지 매우 의문시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POSCO, KT 등 오너십이 부족한 대기업들도 함께 도마에 올랐다. 이들 기업의 방만한 사업확장 등으로 주주 가치가 침해되고 국민경제에 역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경제는 아직 노블리스-오블리주 구현을 위한 성실 납세, 동반 성장 등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요구가 있어야 마지 못해 움직이는 게 현실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시장의 공적 기능 회복을 위해서도 공적 연기금이 주어진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내부역량 강화와 운용의 투명성 높여야

    그는 효율적인 ‘연기금 역할’을 위한 전제조건을 내세웠다. 우선 국민연금의 내부역량 강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이어 관치논쟁 등을 방지하기 위한 기금운용의 투명성, 독립성 확보가 필수적인 과제라고 보았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기관투자자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높여가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