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론적 입장', '경영권 자신감'.. 엇갈린 해석
  •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의 '연기금의 대기업 견제' 발언을 놓고 정·재계에서 찬반 공방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오히려 환영한다"고 밝혀 과연 속뜻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는 곽 위원장의 언급에 대해 '연기금 사회주의'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반대입장을 표명해왔고, 재계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불만을 표출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의 '환영' 발언이 종전 재계나 경제단체의 견해와 배치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 회장은 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곽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자 "별로 신경을 안 쓴다"며 "공개적으로 주주의 권한을 행사하게끔 하는 것은 오히려 환영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말에 두 가지 뜻이 내포돼 있다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하나는 주주가 주주총회 등 공개적인 석상에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고, 회사에 '쓴소리'를 하더라도 수용할 것은 수용해야 하며, 또 그 주주가 연기금이거나, 외국인 지분이거나, 또는 소액 주주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다는 원칙론적인 의미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연기금이 견제한다고 해서 우호 지분 등을 고려하면 경영권이 흔들리지 않을 뿐 아니라, 더욱이 삼성전자가 각 사업부마다 탄탄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만큼 기관 투자가가 대부분 삼성전자의 경영 전략 등에 동의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표출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이 "별로 신경을 안 쓴다"고 밝힌 점은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곽 위원장은 삼성전자를 지목하면서 "수년 전부터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가 예견됐는데도 기존 휴대전화 시장에 안주해 결국 `아이폰 쇼크'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은 지분(5%)이 삼성생명(7.45%)에 이어 두 번째고, 이 회장(3.38%)보다도 많은데, 기존 아이템에 안주하려는 경영진에 대한 경제와 경영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제대로 했는지 매우 의문시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늦은 감은 있더라도 갤럭시를 내세워 아이폰에 발 빠르게 대응했고, 결과적으로 작년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 지분이 5%이기는 하지만, 특수관계인인 이 회장과 삼성생명, 삼성물산(4.06%), 삼성복지재단(0.06%), 삼성문화재단(0.03%), 이 회장 부인 홍라희씨(0.74%),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0.57%), 삼성화재(1.26%) 등 우호 지분이 있는데다 시티뱅크(6.28%) 등 국내외 기관 투자가 등도 지금까지 주총 등에서 삼성전자의 경영전략 방침이나 방향에 찬성해 항상 안건을 승인해줬다는 것이다.

    다만, 경제개혁연대 등이 소액주주를 모아 삼성전자 주주총회 등에서 적극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호 지분을 통한 경영권 확보도 중요하지만, 회사가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하거나 좋은 실적을 내지 못한다면 기관 투자가나 소액주주 등도 적극 의사 결정에 참여해 이를 문제 삼거나 특정 사안에 대해 반대 견해를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현대차 및 SK 주총에서 계열사 부당 지원이나 분식회계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훼손했다며 정몽구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반대하는 등 주주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 발언은 삼성전자가 정부로서는 미흡할지 몰라도 주주들 입장에선 나름대로 잘 하고 있다고 볼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