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위주 금감원 개혁 TF 구성은 아쉬워"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불거진 금융권 감독문제는 금융감독기관에 대한 경쟁자와 견제자의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관료의 기득권을 깨기 위해 만들어진 금감원 개혁 태스크포스(TF)가 정부 관료 위주로 구성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총재는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금감원에 대한 경쟁자, 견제자 부재로 금감원과 피감독기관 간 공생관계가 형성됐다"며 "이를 개선하려면 통합감독체계 틀은 유지하되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의 검사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현재 한은은 금융기관의 지급결제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금감원에 요청해 공동검사 형식으로 검사를 나갈 수 있다.

    그러나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런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검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는 "금융 사건·사고는 매우 급하게 흘러가기 마련인데 한은이 공동검사를 나가려면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의결을 받고 금감원에 요청해야 하기 때문에 일주일에서 열흘은 족히 걸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은은 농협 전산장애 사고가 발생한 뒤 금감원 실무자와 공동검사와 관련된 협의를 하고 금통위 의결을 받기까지 닷새가 소요됐으며 일주일 만에 검사에 나설 수 있었다.

    더욱이 금감원이 공동검사 요청을 거부하면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박 전 총재는 "평상시에는 공동검사를 원칙으로 하되 급박한 상황에서는 한은이나 예보에 직접검사권을 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아무 기관에나 금융감독권을 줄 수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시의적절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박 전 총재는 "김 위원장은 금감원 또는 금융위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대통령이 원점부터 개혁하라고 주문한 상황에서 시의에 맞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감원 출신이 금융회사의 감사나 임원으로 가는 관행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 같은 관행은 금감원으로서는 퇴직 후 일자리 마련, 피감독기관은 금감원과의 소통 창구 마련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생겨났다는 것.

    그는 그러나 "소통의 창구라는 것은 결국 피감독기관이 감독기관에 `잘 봐달라', `눈감아달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이런 관행은 법으로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금감원 개혁 태스크포스(TF) 구성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시했다.

    박 전 총재는 "TF의 목적은 금감원을 비롯한 관료의 기득권을 깨려는 것인데 금감원과 같은 그룹 안에 있는 정부 관료들로 주로 구성돼 스스로 기득권을 얼마나 깰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 쇄신 방향에 대해서는 "TF에서 알아서 잘 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