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선진화포럼 포커스54호>

    저것이 국가다.
    김 국 헌  /전 국방부 정책국장

        미국이 오사마 빈라덴을 처단하였다. 국가의 위엄은 이런데서 나온다. 국가가 국민에게 희생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 정부에 대한 신뢰도 여기에서 나온다. ‘정의는 실현되었다’고 당당하게 선언하면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시종 겸손했다. 정보와 대테러전 분야에서 불철주야 애써온 사람들의 프로페셔널리즘과 애국심을 칭송하며 이들이야말로 조국을 위한 용기의 진정한 모범을 보여주었다고 하였다. 큰 정치적 호재임에도 공을 이들에게 돌리는 리더쉽의 성숙함을 보여주었다. 미국 대통령의 지성과 인격의 차원을 보게 된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국격이다.

       또 인상적인 것은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하여 외교안보의 핵심 멤버들이 작전상황을 모니터하고 있는 한 장의 사진이다. 중심은 작전상황을 모니터하는 공군준장이고 오바마는 그 옆에 왜소한 모습이며 여기에 어떠한 서열도 의전도 찾아볼 수 없다. 모두들 편한대로 자리를 잡고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흔히들 미국식 실용주의라고 하나 우리와는 너무도 판이한 광경이다. 여기서 허심탄회하고 실질적인 대화가 이루어질 것은 당연하다.

    미국의 효율과 실질이 발휘될 수 있는 문화의 원천은 이런데 있다.

       저것이 국가다. 왜 ‘이것’이 아니고 ‘저것’인가? 미국이 우리에게는 남이기도 하지만 현재 우리 정부와 사회가 하고 있는 일과는 하도 멀어서 그저 남의 일로만 보이기 때문이다.

       북에 남아 있는 국군포로들에게 대한민국은 무슨 존재인가? 이인모를 북으로 돌려보내면서 국군포로 문제도 당연히 제기했어야 하지 않은가? 그동안 5조가 넘는 돈을 퍼넣으면서 이를 거론도 하지 않은 정부는 국가를 담당할 자격도 없다. 이는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본분과 도리에 관한 문제다. 천안함, 연평도 문제 이전의 더 급한 문제이다. 북한인권법을 내팽개치고 있는 국회의원들, 차기 정권을 담당하겠다고 하는 후보들이 하나같이 국군포로문제를 먼 산 보듯이 미루고 있음은 어떤 속셈인가?

       병역을 치루지 않은 자들의 진짜 문제는 자꾸 엉뚱한 이유를 들어 자신들을 변명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군에서 일어나는 조그마한 사고에도, 군 지휘부의 실수에도 과도하게 흥분한다. 그러나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 보면 우리 군만큼 군인의 본령에 충실한 군대도 흔치 않다. 영하 20도에서도 전투기에 탄 채로, 또는 5분대기하다가 창공으로 비상하는 공군 파이롯들은 이시대의 영웅이다. ‘아덴만의 여명’작전은 이번 미국의 네이비 실에 손색없다.

    이들이야말로 ‘이것이 국가다’라고 할 수 있는 이 나라의 중심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