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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한국이 '쯔빳쯔빳'으로 유명한 거 아시죠?"
이 말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18일 제1차 한국-인도네시아 경제협력TF 회의장에서 한 축사에 담긴 말이다.쯔빳쯔빳은 '빨리빨리'를 뜻하는 현지어로, 회의장을 빼곡히 채운 200여명의 참석자 사이에서 잔잔한 웃음소리가 퍼졌다.
인도네시아 대표단의 웃음은 '한국인의 독한 근성을 충분히 알고 있다'는 모종의 기대감으로, 한국 대표단의 미소는 '한번 해 보자'는 결의와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혔다.
최 장관은 "우리는 무슨 일이든 빨리, 잘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하고 "인도네시아의 경제개발 마스터 플랜도 쯔빳쯔빳 정신으로 추진해 인도네시아를 지역의 경제 대국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경협은 우리나라가 외국의 경제개발계획 수립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전례를 찾기 어렵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4천만명의 세계 4위 인구 대국으로서 풍부한 자원을 무기로 작년 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25년까지 제조업과 광업, 농업, 수산업, 관광업, IT산업, 에너지, 지역개발 등 8개 중점분야의 개발을 추진하고 이와 연계한 기반시설 확충에 나설 계획이며, 우리나라는 이 과정에 주요 파트너로서 참여한다.
지경부 관계자는 "양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하면 1조7천억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양국의 경협 증진은 상호 시장확대 측면에서 상당한 파급력을 지닌다"고 말했다.
이날 첫 회의가 열렸지만 양측은 수력발전소 건설 등 구체적인 사업 추진에 합의하는 등 성과물을 만들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
중부발전과 대우엔지니어링 등은 람뿡주 땅가무스와 웨이 카난 지역에 110MW 규모의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인도네시아 정부와 5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관련 기술과 인력 육성을 지원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인도네시아 국영 조선소인 DKB와 현지에서 발주한 선박을 공동 수주하면 DKB가 추진하는 바탐지역 조선소 설립을 위해 기술을 이전하고 컨설팅 등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생산기술연구원은 수라바야 공대와 현지 조선사업 발전전략을 함께 수립하고 인도네시아 섬유협회와 섬유 기계 실용화 기술을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양국은 정책금융 협의체를 구성하고 수출입은행 간 10억달러 규모의 기본여신 약정을 체결하기로 했다.
한편 대표단은 19일에는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의 초청으로 수도 자카르타로 옮겨 '대통령 토론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행사에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한국의 성장 경험과 인도네시아 경제발전 방안'을 주제로 강연하고 최 장관도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의 정부의 역할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