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 영업정지 직전..정기적금은 만기 인출정 차관 "통상 1년 단위로 운영..영업정지 사실 몰랐다"
  •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차관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영업정지 직전에 거액의 예금을 인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2월 부산저축은행그룹에 예치된 가족 명의의 예금 중 일부인 2년 만기 정기예금을 만기 전인 1년만에 중도 인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전 차관은 "저축은행의 안전성에 의문이 들어 만기 이전에 예금을 인출한 것일 뿐, 영업정지에 관한 사전정보를 입수해 미리 돈을 뺀 것은 아니며 예치한 금액도 예금자 보호 한도 이내여서 무리하게 인출할 이유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가 예금을 만기 전 인출한 시기가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직전이었고 확실한 정보가 없었다면 이자 손실을 감수하면서 중도 인출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에서 지난 16일 돌연 사임한 배경이 이와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다.

    19일 정창수 전 차관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2월 1일부터 2월 9일까지 대전저축은행과 중앙부산상호저축은행에 나와 배우자, 자녀(아들ㆍ딸) 명의로 정기적금과 정기예금을 각각 가입했고, 총 2억1천480만원을 올해 2월 2일부터 14일까지 나눠서 인출했다"며 "각각의 명의가 모두 5천만원 미만의 예금자보호대상"이라고 말했다.

    정 전 차관에 따르면, 지난해 2월1일 부산상호저축은행그룹의 서울지점인 중앙부산상호저축에 본인 명의의 1년 만기 정기적금(월 300만원 불입)을 가입해 1년 뒤인 올해 2월1일 3천600만원(이자 제외)을 만기 인출했다.

    또 지난해 2월1일 대전저축은행에 배우자 명의의 1년 만기의 정기적금(월 400만원 불입)을 가입해 만기일인 올해 2월1일 4천800원을 찾았다. 두 저축은행에 가입한 정기적금은 모두 1년 만기를 채우고 인출했다.

    그러나 중앙부산상호저축에 가입한 정기예금 1억3천80만원은 모두 2년 만기로 1년 만에 중도인출했다.

    정 전 차관은 지난해 2월2일 배우자 명의로 정기예금 4천500만원을, 아들 명의로 역시 지난해 2월2일과 9일 두차례에 걸쳐 정기예금 4천80만원을 추가로 가입했다. 딸 명의로는 작년 2월 5일과 9일 총 4천500만원의 정기예금을 들었다.

    정 전 차관의 가족들은 그러나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지기 전인 올해 2월 7일과 14일에 만기 1년을 앞두고 각각 예금을 인출해갔다. 총액은 1억3천만원에 달하지만 배우자와 아들, 딸 명의로 분산해 각각 5천만원 미만의 예금자 보호 대상이다.

    예금자 보호 대상이긴 하지만 정 전 차관이 2년 만기가 끝나기 전에 예금을 중도 인출하면서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상호저축은행은 올해 2월 17일, 정 전 차관의 가족이 이용한 중앙부산상호저축은 2월 19일에 각각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정 전 차관은 이에 대해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사실을 사전에 알고 인출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2년 만기 예금을 1년만에 인출한 사실에 대해 "저금리 때문에 저축은행을 이용하긴 했지만 2년 만기를 해놓고도 저축은행 부실 등이 우려돼 항상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왔다"고 말했다.

    정 전 차관은 "이번 경우도 1년 지나면 상황을 보고 만기를 2년까지 채울 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는데 연초부터 삼화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는 등 저축은행 부실 사태 우려가 커지면서 1년만 채우고 인출한 것"이고 "저축은행의 정기예금은 2년 만기라도 가입후 1년이 지나면 당초 제시한 금리의 90%에 육박하는 금리를 받기 때문에 줄곧 그렇게 해왔다"고 해명했다.

    실제 정 전 차관도 2년 만기 금리 6.13%짜리 예금을 1년만에 인출하면서 5.4%의 금리를 적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차관은 또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공직자된 도리로 오해받을 만한 일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오비이락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국토부 차관에서 사임한 것도 이번 예금 인출 건과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정 전 차관은 "차관 그만둔 건 2년반 동안 기조실장하고, 곧바로 9개월간 차관직을 수행하면서 건강이 악화되고, 힘들었기 때문"이라며 "이번 일로 사임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직자가 2억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것에 대해서는 "부인이 25년, 내가 31년 근무하며 모은 전 재산"이라며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잠실 주상복합아파트 외에 부동산도 주식도 하지 않고 오로지 예금을 통해서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