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금속노조 등 개입설 제기⋯ 노사 갈등 '팽팽'
  • 24일로 파업 7일째를 맞는 유성기업의 노사 대립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공장을 불법 점거한 노조는 사측에 '주간연속 2교대제 및 월급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노사는 올해 초부터 이 같은 문제로 대립해왔다.

    노사 간 문제 아닌 '배후 세력' 개입설 등장

    문제는 파업 이후 노사 갈등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를 놓고 유성기업 노조에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노사 간 문제가 아니라 민노총 금속노조가 이번 사태에 개입해 부품사의 생산을 담보로 현대·기아차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성기업 노동자들보다도 일부 단체들이 배후에서 노사 타협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지목된 것은 민노총과 함께 일부 좌파 성향을 띄는 단체들.  

    관계 당국은 유성기업 불법 파업에는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 공동실천위원회(사노위), 노동자전선 등 좌파성향 단체들과 현대자동차 노조의 민투위, 기아자동차 노조의 '노동자의 힘' 등 노동현장의 여러 계파들이 가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선 유성기업 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발레오·동희오토 등 다른 부품회사 해고 노동자 등 외부 세력도 수십명 참가하고 있다. 또 2008년 4월 정갑득 당시 금속노조 위원장은 인천에서 열린 금속노조 중앙교섭에서 "쟁의기금 20억원만 있으면 핵심부품 공장 가동을 중지시켜 완성차 4사를 한 달 정도 생산 중지시키는 것은 문제없을 것 같다"는 발언을 한 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 측에서 주장하는 주간연속 2교대 및 월급제는 일개 부품사만 단독으로 시행할 수도 없는 사항"이라며 "이번 파업은 민노총 금속노조의 '핵심 부품사 파업을 통한 완성차 타격' 전략의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노동계가 노린 '알박기 파업', 10군데 더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알박기 파업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알박기 파업은 기업 한 곳을 파업해 전체 산업을 마비시키는 것을 뜻한다.

    3·11 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일부 부품 업체로 인해 자동차 업계의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이 붕괴된 사례가 있다.

    한국 경총 관계자는 이번 파업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일본 대지진에서 학습한 것을 응용한 전형적인 '알박기 파업'이라고 설명했다.

    심각한 문제는 알박기 파업이 가능한 곳이 10여개사가 더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성기업처럼 특정 부품을 사실상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총 관계자는 "금속노조가 한국 자동차업계 부품조달 구조의 취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타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성기업 파업으로 생산 쇼크 겪는 완성차 업체들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국내 완성차 업체도 비상이 걸렸다.

    엔진 핵심부품인 피스톤링의 70% 이상을 유성기업 한 곳에서 공급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재고 물량도 넉넉하게 마련돼 있지 않아 생산라인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 ▲ 현대차 협력사는 유성기업의 정상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 연합뉴스
    ▲ 현대차 협력사는 유성기업의 정상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 연합뉴스

    현대차는 4공장의 포터와 스타렉스, 2공장의 산타페 등 SUV 생산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현대 기아차뿐만 아니라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기아차는 이미 지난 20일부터 소하리공장 카니발라인에서 피스톤링의 재고가 바닥나면서 야간근무조부터 생산이 중단됐다.

    현대차 울산 엔진공장은 주간조 근로자 70여명도 지난 23일 오후 2시부터 생산을 멈춘 상태다.

    울산 4공장에서 만드는 포터와 스타렉스는 24일부터 생산차질을 빚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부품이 5월 말까지 공급되지 않으면, 현대기아차 4만대를 비롯해 한국지엠, 르노삼성 등을 합쳐 총 5만대의 생산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80% 독과점 유성기업, 알고 보니 3년 적자

    완성차 시장을 올스톱 위기에 빠트린 유성기업도 속은 곯을대로 곯아 있었다.

    독점기업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일 것 같지만 최근 3년간 적자를 면치못했다.

    지난 2008년부터 30억원, 2009년 149억원, 2010년 4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적자의 배경으로 '노조 문제'를 꼽았다. 유성기업 사측의 주장에 따르면 생산직 임금은 최근 4년 동안 매년 9%씩 인상됐다. 지난해 6월 노조측은 임금 인상을 관철시키기 위해 임단협 기간에 나흘간 4시간씩 부분파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올 5월 현재 생산직 평균 연봉은 7015만원. 관리직평균 6191만원보다 800만원이나 높다.

    이를 놓고 지난 23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유성기업 노조에 대해 "1인당 연봉이 7천만원이 넘는 회사의 불법파업을 국민이 납득하겠느냐"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또한 파업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