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248억 차이 선두…"순위 바꿈 언제든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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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증권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상장사 보유 주식 가치만 9조원 넘는 `주식 거부'가 등장하는 등 온갖 기록이 쏟아졌다.
11일 연합뉴스가 재벌닷컴에 의뢰해 2000년 1월4일~2011년 7월7일 상장사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 가치 변동내용을 조사한 결과, 역대 최고 기록은 올해 1월28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세운 9조5천458억원이다.
당시 삼성전자가 101만원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한국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9조원대 부자가 탄생한 것이다.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내려간 탓에 이 회장의 지분 가치가 6개월만에 8천689억원 감소했다. 그럼에도, 그는 11년간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우며 주식부호 정상 자리를 줄곧 넘나들었다.
이 회장은 새천년이 시작하는 2000년에는 2위로 출발했다. 그 해 1월 초 주식 지분 총액이 7천610억원으로, 8천138억원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에 뒤졌다.
그러나 3년 만에 정 명예회장을 따돌리고 증시 역사상 신기원을 열었다. 2003년 6월 1조541억원을 기록하며 첫 1조원대 주인공이 된 것이다.
특히 작년 5월에는 삼성생명이 상장된 덕에 8조원대를 넘기며 슈퍼부호에 올랐다. 5개월 뒤에는 9조원대를 처음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그룹의 대표주자격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추격전은 극적이다.
2000년 1월 초 2천310억원으로 16위에 불과하던 정 회장이 2001년 계열분리 이후 급상승해 2004년 4월 국내 두 번째 1조원대 부호가 됐다.
2005년 12월에는 현대글로비스를 증시에 상장시키면서 이건희 회장을 제치고 상장사 주식부호 1위에 등극했다. 이후 삼성생명이 상장되기 직전까지 선두자리를 굳게 지켰다.
정 회장의 상장사 지분 가치는 현대차 등 주력사의 급성장에 힘입어 2000년 1월의 43배에 달하는 8조4천억원이 순수하게 늘어났다. 11년간 주식 자산 증가액이 가장 컸다.
지난 7일 기준으로 이 회장은 8조6천769억원, 정 회장은 8조6천521억원이다. 겨우 248억원의 차이가 날 정도로 순위 다툼이 치열하다. 전자와 자동차 업종의 경기 변동에 따라 순위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조선경기가 호황이던 2007년 11월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을 제치고 증시 사상 처음으로 4조원대를 돌파했다.
정상의 자리가 오래가지는 못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현대중공업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조선업종의 주가가 크게 상승한다는 점에서 양강 구도인 선두권 다툼에 합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상장사 대주주로 등장한 재벌가 여성들의 기록도 흥미롭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2000년 1월 1천514억원이던 지분 가치가 5년만인 2005년 7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1조원대 부호가 됐다.
이 회장의 올케인 홍라희씨(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부인)도 올해 1월, 1조원을 넘어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1조클럽'에 가입했다. 남편과 부인이 모두 1조원대 부자라는 신기록도 갖게 됐다.
스스로 기업을 일궈 1조원대 거부가 된 자수성가형 재벌도 등장했다.
온라인 게임 `리니지' 신화의 주인공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가 2009년 5월 국내 벤처기업 설립자로는 처음으로 지분 가치가 1조원을 넘었다.
김 대표이사의 지분가치는 지난 7일 1조6천543억원으로, 종합순위 10위에 올랐다. 2000년 6월 상장 당시 1천60억원과 비교하면 10년만에 16배 불어났다.
플라스틱 주방용기 업체인 락앤락의 김준일 회장도 지난해 1월 상장한 지 5개월여 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 김택진 대표이사와 함께 2명의 자수성가 1조원 거부 시대를 열었다.
2000년 1월4일 코스피가 1,059.04에서 지난 7일 2,180.59로 배 이상 상승하는 등 동안 상장사 1천억원대 주식 부자 수는 6배가량 늘어났다. 2000년 1월 34명에서 2005년 12월 67명, 2007년 11월 140명, 2011년 7월 현재 역대 최다인 185명을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