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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들이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최근 엔화 강세가 지속하면서 기존에 일본 업체에서 부품을 조달하던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이 한국 자동차 부품 업체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4일 보도했다.
세계 최대 판매업체인 도요타 자동차는 최근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일본 내 생산 자동차에 사용되는 부품의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화에 대한 엔화의 강세로 한국의 자동차 부품이 일본보다 20∼30% 저렴해 한국의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40% 떨어져 현재 100엔이 1천359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 부품의 품질 향상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눈길을 끄는 중요한 요소다.
세계 시장에서 점차 커지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의 점유율과 인기도 여기에 한몫을 거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는 한국 자동차 부품에 대한 주문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의 자동차 부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가 오른 111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 한 해 자동차 부품 수출 역시 세계 금융위기에서 회복하면서 61% 증가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 한 해 동안 한국 자동차 부품의 전체 수출량은 23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의 부품을 생산하는 자회사인 현대모비스 대변인은 "제너럴 모터스(GM), BMW,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로부터 부품 공급을 늘릴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구 자동차업체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과 부품 조달 다변화를 꾀하는 일본 자동차업체로부터도 대규모 주문을 받았다고 한국 업체들은 전했다.
부품을 대부분 내수에 의존했던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대지진과 '엔고' 현상으로 한국 부품 업체를 찾고 있다고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말했다.
세계의 자동차 업체들은 부품을 내수나 일본 업체들에 의존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최근 발효된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가 4.5% 내리고 미국과 FTA도 곧 발효할 전망이어서 한국산(産)에 더 많은 주문이 몰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실제 한국 최대 자동차 부품 판매업체인 현대모비스는 지난 6월 일본 업체와는 처음으로 미쓰비시 자동차, 스바루 등과 2억3천300만 달러 규모의 자동차 램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또 다른 주요 업체인 만도 역시 6월 말 일본 닛산과 3천9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S&T대우는 지난달 도요타의 소형차 생산 자회사인 다이하쓰 자동차와 95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프랑스 자동차업체인 르노 역시 지난 일본 대지진 이후 되도록 더 많은 부품을 한국에서 조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35개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일본에서의 판매량 증진을 위해 이달 중 도요타의 본사가 있는 일본 나고야에서 수출전시회를 열 계획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