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국내 주식시장을 지켜본 투자자들의 두 손에는 땀이 흥건했다. 롤러코스터처럼 급등락하는 주가지수에서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바짝 긴장했기 때문이다.

    장중 코스피 하락률이 10%에 육박했고, 코스닥지수는 12% 넘게 떨어졌다. 수직 낙하하는 듯했던 지수는 장 후반에 빠른 속도로 낙폭을 되돌리며 V자 장세를 이뤄냈다.

    8일 주가가 오후에 폭락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점심이 전날 증시에서 `런치폭탄'이었다면 이날은 공포를 삼킨 안전핀 역할을 한 셈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이날 이틀째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코스닥시장에서는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 조처가 내려지는 등 시장 상황이 온종일 숨 가쁘게 돌아갔다.



    ◇ 코스피 장 막판에 100포인트 넘게 급반등

    지수 하락세는 개장부터 심상치 않았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61.57포인트(3.29%) 내린 1,807.88로 출발했다. 2분여만에 1,800선이 붕괴했다. 낙폭은 점점 커져 개장 후 1시간이 지났을 때 지수는 1,770선을 나타냈다.

    한번 추락한 지수는 날개가 없었다. 11시12분에 1,700선이 무너지더니 11시20분에는 1,684.68까지 내려갔다. 장중 하락폭은 184.77포인트(9.88%)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하락장을 예상했음에도 실제 눈앞에 보이는 숫자들은 투자자들에게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말 그대로 '공포'가 지배하는 상황이었다.

    점심때가 임박해 지수가 급락하자 여의도 식당가는 때아닌 도시락 특수를 누렸다. 증권사 직원들이 시장을 계속 주시해야 해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하려는 주문이 폭주한 것이다.

    평소 10분이면 도착할 도시락이 이날은 1시간가량 늦어지기도 했다. 한국거래소 주변의 한 식당 관계자는 "주문이 평소의 3배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포 분위기가 진정된 것은 점심때를 지나면서다.

    정오께 지수는 1,700선 초반에 머물렀으나 점차 오르기 시작했다. 오후 1시 1,740선으로 올라온 코스피는 1시56분 1,800선을 회복했다.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의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빠르게 반등했다.

    코스피는 결국 68.10포인트(3.64%) 내린 1,801.35로 장을 마감해 1,800선을 가까스로 지켰다. 1,700선 밑까지 하락한 지수가 장 막판에 100포인트 넘게 오른 것이다.

    코스닥지수는 이날 장중 낙폭이 58.14포인트(12.57%)에 달했다. 404.55까지 추락하며 400선 붕괴까지 위협받았다.

    코스닥지수가 10% 이상 하락하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닥 선물시장에서는 사이드카가 내려졌다.

    코스닥지수 역시 마감 때는 낙폭을 줄였다. 전날보다 29.81포인트(6.44%) 내린 432.88로 장을 마쳤다.

    시장 상황이 변화무쌍하게 흘러가자 증권사 각 지점에는 어제에 이어 공포에 휩싸인 투자자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우증권 관악지점의 한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손절매를 해야 하는지 묻는 전화가 많이 걸려오고 있다. 지수가 얼마나 더 떨어질지, 언제 반등할지도 궁금해하는 내용이 주된 질문이었다"고 전했다.

    금융시장이 극도로 혼란스러워지자 금융당국은 투자심리 수습에 나섰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5개 증권사, 3개 자산운용사 대표와 간담회를 열어 국내 경제금융시스템이 견고하다고 강조하며 시장의 과도한 반응을 경계했다.



    ◇ 외환 딜링룸은 주문 폭주에 초긴장

    원·달러 환율이 9일 개장과 함께 1,090원 선 위로 치솟자 은행 외환딜링룸에는 장중 내내 긴장감이 고조됐다.

    "시장이 수급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코스피만 바라보는 천수답 장세에요"라고 외치는 외환딜러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딜러들에게 자기 포지션 거래는 언감생심이었다.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자칫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딜러들은 점심때도 주문을 넣느라 전화기를 손에서 떼지 못했다. 밀려드는 기업들의 달러 매도 주문 때문이다. 밀려드는 주문으로 실수(딜미스)가 있지 않을까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탓에 딜링룸은 종일 팽팽한 기운이 감돌았다.

    기업들이 1천만달러를 달러당 1,090원에 팔아달라고 주문했다가 환율이 초 단위마다 1,091원, 1,092원으로 오르자 거래 취소를 요구하는 일도 잦았다고 딜러들이 전했다.

    대기업 거래 비중이 큰 A은행 딜러는 "환율이 연일 급등하자 고점 매도를 노린 기업들의 네고(달러매도) 주문이 평소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났다"며 "최근 며칠은 점심 먹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B은행 외환딜러는 "기업들은 주문뿐 아니라 환율 전망 보고서 요구도 잦아 딜러들이 이중고를 겪었다"고 전했다.

    gatsby@yna.co.kr

    (끝)





    <긴급속보 SMS 신청> <포토 매거진> < M-SPORTS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