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30일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을 취하해 양측 관계에 해빙무드가 조성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작년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든 현대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인수 자금과 관련한 잡음이 나오면서 인수자 지위가 현대차그룹으로 넘어가자 "현대차가 악의적인 허위사실을 언론에 흘렸다"며 소송을 제기해 현대차그룹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뿐만 아니라 현 회장은 남편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 이후 그룹을 경영하면서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와 정상영 KCC 명예회장 등 범현대가 정씨 남자들과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불편한 관계를 형성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의 결혼 계획이 알려지면서 조심스럽게 집안의 경사를 앞두고 양측이 화해의 제스처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 제기돼 왔다.

    현 회장이 소송을 취하한 것은 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의 결혼식을 나흘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현 회장으로선 딸의 결혼식에 정몽구 회장 등 일가친척을 초청하는 마당에 명예훼손 소송을 유지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의원 등 정씨 일가가 5천억원 규모의 복지재단을 마련했고 여기에 최근 장자인 정몽구 회장도 5천억 기부 의사를 밝히는 등 범 현대가가 일제히 사회공헌에 나선 상황은 소송 취하의 필요성을 더욱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현대그룹이 경영권 보호를 위해 범현대가보다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다는 점에서, 현대그룹이 이날 소송을 취하함에 따라 현대차그룹이나 정몽준 의원 등 범현대가도 모종의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정 전무의 결혼식에 정몽구 회장 등 일가친척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집안의 경사를 축하하는 풍경이 펼쳐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재계에 퍼지고 있다.

    결혼식 날 집안의 장자인 정몽구 회장이 동생 정몽헌 회장 대신 조카인 정 전무의 손을 잡고 입장할지도 주목된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이날 명예훼손 소송을 취하하면서도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한 본안 소송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양측의 관계가 완벽하게 정상화되려면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그룹 대신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서 현대차 측에 딸려간 현대상선 지분(7.71%) 문제를 놓고 두 그룹 간 갈등은 아직 깔끔하게 봉합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