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작업이 두 가지 큰 변수와 만나면서 변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변수들은 예비실사의 1주일 연장과 한국정책금융공사 수장의 교체다. 각각 매각일정과 방식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예비실사가 연장되면서 이달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려던 당초 채권단의 계획은 틀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방식 결정에 있어서는 주관사인 외환은행의 역할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유재한 전 사장의 후임으로 취임한 진영욱 사장이 이를 적극적으로 주문했기 때문이다.

    ◇예비실사 1주일 연장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은 하이닉스에 대한 예비실사기간을 1주일 연장했다. 입찰참여자인 STX가 실사 기간을 연장해줄 것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STX와 SK텔레콤은 하이닉스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할 시간을 한 주 더 얻게 됐다. 두 기업은 지난 7월25일부터 6주간의 일정으로 하이닉스에 대한 예비실사를 벌여왔다.

    예비실사 종료 시점이 늦춰지면서 전체적인 매각 일정도 계획보다 순연될 것으로 보인다.

    유재한 전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지난달 11일 기자간담회를 열었을 때 하이닉스 매각 추진 일정을 밝혔다. 이달 중 입찰제안서를 접수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월말까지는 우선협상대상자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는 것이었다.

    매각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가정하면 10월 초부터 4~5주간 우선협상대상자의 확인실사를 거쳐 11월 중에는 주식매매계약서(SPA) 체결이 가능하다. 12월 중에는 딜 클로징(매각 공식 종료)이 이뤄진다.

    단순 셈법으로는 이달 말 MOU 체결이 다음달 초순께로 미뤄지는 등 모든 일정이 일주일씩 연기된다.

    그러나 진영욱 사장이 갓 취임한 변수와 최근 하이닉스의 주가 급락 등까지 영향을 미치면 더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진 사장이 하이닉스 매각과 관련한 현황에 대해 파악할 때까지 채권단 회의가 미뤄질 수 있는 것이다.

    또 하이닉스의 주가가 큰폭으로 떨어지면서 채권단이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매각작업 진행에 주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4월 3만7천400원까지 올랐던 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2만원 아래로 내려간 상황이다.

    매각 주관사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매각 세부 일정을 공동매각주간사, 주식관리협의회와 협의해 이달 초 확정할 예정이며, 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구체적인 일정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역할 커지나

    정책금융공사 사장의 교체는 매각 방식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금융권과 업계에서는 주관사인 외환은행 등 대부분 채권단은 매각 자체를 성사시키는 쪽에, 유 전 사장은 반대로 구주 매각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는 얘기가 돌았다.

    유 전 사장이 물러나면서 입찰 참여 기업들의 요구가 매각 방식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인수 후보자들은 신주 발행을 통해 현금이 하이닉스에 유보돼 설비투자비 부담이 줄어들기를 희망해왔다.

    진 사장은 주식관리협의회 주관사인 외환은행에 더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일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하이닉스 매각이 공사 본연의 업무가 아니다"라며 "외환은행이 제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이닉스 매각은 한 번 하고 나면 끝나는 일"이라고도 했다.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유일한 정책금융기관인 공사의 기본 역할은 하이닉스 매각이 아니라 국가 전략상 필요한 산업, 상업적 고려로는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 등에 대한 지원이라는 것이다.

    채권단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겠지만 전임자처럼 무리하게 앞장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하이닉스 매각은 주식관리협의회가 보유한 주식의 매각과 더불어 하이닉스의 신주발행을 통해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과 장기적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