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내 갤럭시탭 10.1 판매를 금지한 뒤셀도르프 법원의 결정에 대해 공정하지 못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쇄도하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은 특허분쟁이 지나치게 과열되면서 IT산업의 혁신을 저해한다는 주장과 맞물려 향후 특허 분쟁 소송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독일 현지 방송 NTV, 현지 최대 신문사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미국의 타임 등 해외 언론들은 갤럭시탭 10.1의 독일 판매를 금지한 뒤셀도르프 법원의 결정에 대해 일제히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독일의 뉴스 전문 방송사 NTV는 뒤셀도르프 법원이 삼성의 이의신청을 기각한 9일 '애플, 갤럭시 탭 막는 데 성공하다. 하지만 의문시되는 판결'이라는 제목의 뉴스를 내보냈다.

    이 방송은 "갤럭시탭이 애플 태블릿을 모델로 삼은 듯하지만 뒤셀도르프 법원이 애플의 논거를 다소 순진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나 의문이 들 정도로 디자인에 대한 해석이 이상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애플이 긴박성(urgency)을 이유로 갤럭시탭 10.1의 가처분 신청을 한 것에 대해 "삼성전자는 갤럭시탭 10.1(보다폰 모델)을 3월에 출시했고 그후 관련 기사들도 많았다"며 "이번 애플의 가처분 신청은 너무 늦은 것이며 그래서 소송은 기각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뒤셀도르프 법원이 "삼성이 갤럭시탭 독일 판매 사실을 애플이 이미 6월께 알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면 판매금지 결정이 뒤집힐 수 있다"고 말했지만 결국 애플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이어 "애플이 태블릿PC를 누가 먼저 개발했나를 홍보했더라면 동정표를 받았을 텐데 지금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우는 추잡한 리더로 보인다"고 일침을 가했다.

    독일 최대의 신문사 FAZ도 이번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신문은 "애플의 디자인권에 대한 주장은 인터넷상에서 자주 비난을 받아왔다"고 언급한 뒤 트위터를 인용해 "애플이 삼성과 HTC를 법정으로 몬다면 이것은 던롭(Dunlop)이 브리지스톤(Bridgestone)을 제소하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그들 또한 둥근 모양의 타이어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의 타임지는 '애플과의 특허 전쟁이 삼성전자에 의미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애플의 소송 전략이 결국에는 스스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타임은 "애플은 삼성과 소송을 준비하면서 반도체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고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애플은 삼성전자만큼의 품질을 보장하는 칩셋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며 더 나아가 삼성으로부터 반도체 분야에서 보복을 당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뒤셀도르프 법원 결정에 대한 비판 여론은 특허권자에 친화적인 것으로 알려진 법원의 성향과 맞닿아 있다.

    미국의 유명 로펌 피네건(Finnegan)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3년간 뒤셀도르프 법원에서 진행된 특허침해 소송에서 특허권자의 승률은 글로벌 평균(35%)의 2배에 가까운 63%에 달한다.

    뒤셀도르프 법원의 이 같은 성향이 알려지면서 과도한 특허권의 인정으로 IT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미국의 유명 저널리스트 제프 자비스(Jeff Jarvis)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혁신, 성장이 아닌 소송을 막기 위해 사용된 비용만 올해 무려 180억달러(약 20조원)"라며 특허 시스템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10월이 되면 네덜란드에서 삼성의 가처분 소송이, 11월에는 독일 만하임에서 삼성 제기한 본안소송이 이어지게 된다"며 "이 같은 비판 여론이 향후 소송전에 어떤 변수가 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