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톰 번 국가신용등급 부문 수석 부사장은 한국의 단기외채 비중이 낮고 외환보유액은 충분한 편이어서 글로벌 금융위기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유럽의 재정위기가 확대될 경우 한국도 성장률 둔화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번 부사장은 2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코리아 소사이어티 주최 간담회에서 "한국의 단기외채 비중이 외환보유액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었다"면서 "유럽 각국이 달러자금을 회수할 경우 위험에 노출될 수 있지만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단기부채 비율을 감안하더라도 3천200억 달러의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미리 시장에 개입해 부채비율과 단기차입 비율, 예대율 등을 낮추게 한 것이 위기를 견디는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번 부사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600억 달러가 감소한 바 있다"면서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단기적인 완충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기업 수익률이나 재정적자 문제, 금융부문의 단기부채 등이 모두 양호한 상황이어서 위기를 잘 견딜 수 있는 체질"이라면서 "몸이 약한 사람은 약한 질병에도 무너지지만 체질이 튼튼한 사람은 병을 앓아도 금방 치유되는 것처럼 한국은 글로벌 위기가 있더라도 금방 회복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번 부사장은 또 현재 (대화 무드의) 남북관계가 한국의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남북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면 현재 A1인 한국의 신용등급이 Aa 정도로 올라갈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 "다만 신용등급을 대북관계로만 평가하는 것은 아니고 은행의 건전성 등을 더 중요하게 본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는 금융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한국 경제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번 부사장은 "전체 금융산업에서 부실 저축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 한국 정부도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어 한국의 은행산업 안전성을 해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은행들의 자금 조달 구조가 취약하고 한국의 가계 부채 부담도 높은 편이라는 점은 경계해야 할 사항"이라면서 "집값이 급락하면 부동산 담보대출이 많은 한국 은행들이 파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에 이런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한국의 신용등급 상승에 필요한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3.5~4.5%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유럽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지만 이달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순유출은 18억 달러에 그쳐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40억 달러에 비해 적다는 점도 한국 경제가 튼튼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