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주식시장에서는 `정치인 테마주'를 둘러싸고 열띤 매매 공방이 벌어졌다.
    개미 투자자들은 선거 출마자와 관련 있는 회사의 주식을 하루에도 수차례씩 사고팔며 수익을 올리려 애썼다.
    투자의 핵심 잣대는 당선 확률이다. 기업의 실적과 성장 가능성은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시시각각으로 들려오는 여론조사 결과나 소문 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 테마주의 손바뀜이 빈번해지는 이유다.

    정치인 테마주는 도박성 거래로 주가가 한 달 만에 3배로 뛰는 사례도 생겼다.
    하지만, 이런 `묻지마 투자'는 대형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과도하게 오른 주가는 결국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그동안 충분히 입증됐기 때문이다.

    ◇`나경원 테마주' 손바뀜 1위…개미로 북새통

    주식시장에서도 뜨거운 선거전(戰)이 펼쳐졌다. 그 열기는 활발한 거래를 통해 드러났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나경원 테마주'로 꼽히는 통신장비업체 한창은 이달 6일부터 전날까지 14거래일 연속으로 상장주식수 대비 거래량(회전율) 10위권에 들었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25일에는 한창의 회전율이 59.8%로 압도적인 1위였다. 2위인 동양철관 우선주(36.7%)와 3위인 삼양옵틱스(29.5%)를 가볍게 따돌렸다.

    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거래가 활발했다는 뜻이다.

    특히, 한창의 최대 매수 채널은 개인 고객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이었다. 개미들이 적극적으로 달라붙었다고 볼 수 있다. 기관과 외국인은 한창을 거의 매매하지 않았다.

    `박원순 테마주'인 광고대행사 휘닉스컴은 14일부터 8거래일 연속 회전율 10위 안에 속했다. 18일에는 31.9%로 전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창과 휘닉스컴은 시가총액이 각각 169억원, 439억원에 불과해 거래가 조금만 과열돼도 회전율이 급등했다. 다만, 손바뀜이 많다고 주가 수익률이 계속 오른 것은 아니다.

    한창은 테마주로 주목받은 지난달 22일 첫 상한가를 기록하고서 이달 14일 828원까지 급등했지만, 24일에는 다시 426원까지 추락했다.

    지난달 말 1천원대였던 휘닉스컴도 이달 12일 장중 한때 4천815원까지 치솟았다가 전날 3천695원으로 미끄러졌다.

    ◇안철수연구소 급등해 최대수혜

    주식시장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주요 테마로 떠오른 이래 가장 큰 혜택을 본 회사는 안철수연구소다.
    거래소에 따르면 안철수연구소는 이달 들어서만 50%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9.6% 상승한 코스닥지수와 차이가 매우 크다.

    안철수연구소 주가에 불이 붙은 것은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선거 불출마를 결정하고 박원순 변호사와 후보 단일화를 밝힌 지난달 6일이다. 거래량이 5일 11만5천여주에서 6일 712만9천여주로 하루 만에 60배 폭증했다.

    올해 연이어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정보보안 테마'에 속한 덕분에 주가는 안정적인 상승세를 탔다. 이달 21일에는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72% 늘었다고 공시해 상승폭을 더 키웠다.

    거래소가 조회공시를 통해 주가급등 사유를 묻고 회사 측이 이유없이 오른 것이라고 답했지만, 급등세는 멈추지 않았다. 주가수익비율(PER)이 60배 이상으로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제동 역할을 못했다.

    안철수연구소는 24일 마침내 코스닥 상장사로선 `꿈의 고지'인 시가총액 1조원을 달성했다. 주가도 10만원을 넘어섰다.

    안철수연구소 주식 372만주(지분율 37.1%)를 가진 최대주주 안 교수는 보유 주식가치가 3천720억원(재벌닷컴 집계)에 달해 상장사 주식부자 48위에 올랐다.

    ◇선거 전후 정치인 테마주 운명은?

    국내 증시에서 개미들은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가 부족한 편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해 막대한 손실을 보는 것이다. 과거 선거를 보면 테마주의 위험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가까운 예로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는 4대강 개발, 남북경협 등 여야 정책을 중심으로 테마주가 형성됐다가 선거가 끝나고 힘없이 사그라졌다. 결국 `묻지마 투자'를 한 개미들만 쓴맛을 봤다.

    `4대강 테마주'로 꼽힌 삼호개발은 지난해 5월26일부터 선거 전날인 6월1일까지 닷새 연속 급등했다. 하지만, 야당인 민주당이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자 급락세로 돌아서 단기에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같은 테마에 속한 특수건설 역시 비슷한 주가 흐름을 나타냈다. 선거를 앞두고 5거래일 동안 30% 넘게 올랐다가 선거 다음날 하한가를 맞았다. 이화공영도 선거가 끝난 후에 하락했다.

    그렇다고 선거에서 이긴 쪽의 정책 테마주가 상승세를 이어간 것은 아니다. 선거 승리를 염두에 둔 주식투자가 별 볼 일 없다는 뜻이다.

    개성공단 관련주인 신원, 로만손, 재영솔루텍 등은 선거 직후 더 오르는 듯했다가 결국 금세 하락 전환하고 말았다.

    최현재 동양종금증권 스몰캡팀장은 "단순한 인맥이 아니라 정책과 관련한 수혜주라고 해도 선거 이후 실적에 도움을 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정치인 테마주는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