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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기업의 채권 발행 규모가 매년 급증해 발행잔액이 3년 만에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정부가 국책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공사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하면서 공기업의 채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현재 공사채 발행 잔액은 283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내년 정부예산 326조원의 87%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공사채 잔액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08년 말 150조원에서 2009년 말 210조원, 2010년 말에는 261조원까지 늘었다. 매년 잔액이 수십조원씩 늘어나 3년 만에 89% 증가했다.
공사채 잔액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개발공사 등이 발행한 채권 잔액을 모두 합한 것이다.
기관별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사채 발행 잔액이 57조원으로 가장 많았다. 2008년말 잔액이 31조원에서 3년 만에 26조원(85.4%) 증가했다.
주택금융공사(36조원)와 정책금융공사(32조원), 한국전력공사(25조원), 예금보험공사(24조원), 한국도로공사(19조원), 중소기업진흥공단(15조원), 한국철도시설공단(13조원), 한국가스공사(13조원), 한국수자원공사(10조원) 등도 채권 발행 잔액이 많았다.
수자원공사의 채권발행 잔액은 2008년 말 500억원에서 지난해 말 5조5천억원, 올해는 10조원으로 3년 만에 무려 200배로 늘었다.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했다.
한국채권투자자문 김형호 대표는 "정부의 국채 발행 한도는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다 많이 늘리면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공기업이 대신 자금을 조달하게 하고 이 자금을 재원으로 국책사업을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공사채 발행 규모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국민임대주택사업 등 정부정책 사업을 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부채 규모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 사업조정과 인력감축, 원가절감 등 다양한 정상화 방안을 실천하고 있지만 부채 규모 자체를 줄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의 지원이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내년 공사채 발행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공사채가 40조원에 달해 이를 상환하려는 차환 발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책금융공사와 토지주택공사의 내년 만기 금액은 각각 11조원, 8조4천억원에 달한다. 예금보험공사(5.7조원)와 전력공사(3.1조원), 중소기업진흥공단(2.4조원), 도로공사(1.9조원), 철도시설공단(1.6조원), 가스공사(1.3조원) 등도 내년에 1조원 이상을 상환해야 한다.
SK증권 연원태 연구원은 "공사채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많아 만기 상환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내년 1월과 2월에 5조원씩 만기가 집중돼 이 부분은 유의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기업의 빚이 늘어나면 결국 국민의 부담이 된다. 빚을 내서 다시 빚을 갚는 것에서 벗어나 부채의 악순환 고리를 조속히 끊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