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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변기주머니' 등장한 사연
'위생실'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주민들이 밤중에 종이나 비닐 조각에 변을 싸서 창밖으로 던져 버린 다는 것
자유아시아방송
서울-문성휘 moons@rfa.org
북한을 방문한 일부 외신들과 외국인 및 한국인들은 평양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소감을 밝히고 있지만 정작 북한주민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그릇된 정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최근 평양을 다녀왔다는 내부 소식통들이 화려한 조명아래 숨겨진 평양시민들의 고달픈 삶을 전해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평양은 지금 ‘고난의 행군’시기 만큼 어렵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보도가 나온 직후 급히 평양을 떠났다는 함경북도의 한 지방 간부는 최근 평양의 보통 시민들이 겪고 있는 충격적인 생활 모습을 전해왔습니다.
이 간부는 “12월 8일 경에 보일러 시설이 고장 나 평양화력발전소가 한주일 동안 가동을 중단했었다”며 “그 바람에 수도관들이 모두 얼어붙어 대부분 구역들에서 난방이 완전 중단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평양시당이 구역도시경영사업소들과 난방관리소들을 총 동원해 얼어붙은 난방관을 녹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지만 워낙 넓은 구간인데다 발전소의 잦은 고장으로 올해 안에 주민지구에 다시 난방을 보장하기는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주민들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 밤에는 더운물 주머니를 만들어 안고 자는가 하면 새벽시간부터 몸을 녹이기 위해 노인들이 지하철로 모여든다는 것입니다.
전력난 역시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낮에는 주민지구의 전기를 아예 끊는데다 밤에는 길거리의 조명들을 밝히는데 주력하면서 대신 주민 한 세대 당 60W전등 2등씩만 허용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평양시 방위사령부 군인들이 전력감독원들과 함께 수시로 주민지구를 돌면서 전기검열을 하고 있는데 200w 이상의 부화가 걸리는 가정세대들은 무조건 벌금을 내야 한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한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직전 평양을 다녀왔다는 양강도의 한 주민도 “한 달에 보통 12kg 정도의 석유가 있어야 마음대로 음식을 해 먹겠는데 구역 인민위원회에서 매 가정세대 당 4kg씩밖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나머지는 자체로 구입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대다수의 주민들은 kg 당 4600원(북한 돈)으로 장마당에서 몰래 파는 석유를 사서 쓰든가, 아니면 1통에 5만원을 하는 중국산 가스통을 사서 쓴다는 것입니다.
특히 살림집 건설이 한창인 평양시 만수대지구와 만경대지구의 주민생활은 원시적이라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대낮에 정전되기 때문에 승강기(엘리베이터)가 작동을 못하는데다 수돗물마저 전혀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이 위생실(화장실)조차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위생실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주민들이 밤중에 종이나 비닐 조각에 변을 싸서 창밖으로 던져 버린 다는 것 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인민반장들이 노골적으로 변기주머니를 구입해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장마당에서 팔고 있는 변기주머니는 변기위에 펴놓을 수 있게 만든 비닐주머니인데 거기에 볼일을 보고나서 둘둘 말아 창밖으로 던지면 터지지 않고 그대로 얼어버리기 때문에 새벽 시간에 모두 수거해 모아 놓았다가 협동농장에 퇴비로 지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기주머니는 지난해 겨울 처음 등장했는데 올해는 초겨울부터 평양의 전기공급과 수도사정이 더욱 나빠져 장마당에서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이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