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나라의 저공이 원숭이들에게 “먹이가 부족하니 너희들에게 주는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로 줄이겠다.”고 말하자, 원숭이들이 화를 냈다.

    그러자 저공이 원숭이들에게 “그러면 도토리를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로 바꾸겠다.”고 말하자, 무식한 원숭이들은 결국 갯수가 같음을 모르고 좋아했다. 우리나라 휴대폰 소비자들이 고사성어 ‘조삼모사(朝三暮四)’의 무식한 원숭이처럼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들에게 하릴없이 속았다.

    SKT, KT, LGU+ 등 이동통신 3개사와 삼성전자, 엘지전자, 팬택 등 휴대폰 제조 3개사가 짜고 단말기 값을 높게 책정한 후 소비자들에게는 할인해 주는 것처럼 기만했다가 뒤늦게 적발돼 과징금을 무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내 핸드폰 시장은 ‘휴대폰 제조사→통신사→대리점’의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과점시장을 이루고 있는 통신사들이 제조사와는 ‘공급가’를 높게 책정하고, 대리점과는 ‘출고가’를 적정가보다 비싸게 책정해 놓고 할인해서 파는 양 소비자들을 속인 것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핸드폰이 짜고 치는 이런 ‘조삼모사’ 판매술에 놀아났다. 단 애플 아이폰을 빼고.

    국내에서 공급되는 애플 아이폰은 제조사 장려금이 없고 출고가에 대해 부풀리기 하는 관행도 없다. 우리 소비자들은 이런 애플의 판매정책에 대해 제품에 자신이 있어서 오만한 마케팅을 한다고 생각했었다. 보니 그게 아니다. 한국 제조사와 통신사들이 자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버젓이 눈속임 마케팅을 해온 것이다.

    이 사건을 조사한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 신영선 국장은 “외국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다. 통신사가 수익을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경우는 있지만 제조사 혹은 대리점과 합의하고 가격을 높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한국의 휴대폰 제조사들이 수출할 때에는 부풀리지 않은 ‘공급가’를 책정했다고 하니 더 울화통이 터진다.

    이들 업체들이 우리를 속였다는 것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속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앞 상황이 좀 달라질 것이다.

    앞으로 휴대폰을 구입할 때 통신사와 단말기를 동시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말기를 구입한 후 통신사를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는 시스템으로 변경된다. 또 망을 빌려 쓰는 제4의 저가 이동통신사가 나타난다.

    현명한 한국 소비자들은 어느 나라 휴대폰을 구입할 것인가 고민할 것이다. 속절없이 대형 통신사들의 과점에 끌려다니지만은 않을 것이다.

    애플 아이폰을 사서 저가 통신사에 가입하는 소비자가 대거 나타나기 전에 우리 대기업들이 먼저 ‘눈가리고 아웅’ 마케팅을 그만 둘 일이다. 또 공정위는 대형 통신사들이 회원을 저가 통신사에 뺏기지 않기 위해 제조사와 대리점에 편법적인 압력을 가하지 않도록 눈을 부릅뜰 일이다. 깎아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하루에 7개를 주겠다면 7개를 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