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2,000억원 규모의 국내 커피믹스 시장 경쟁치열"소비자에 식품첨가물 왜곡된 인식 주는 것 바람직하지 않아"
  • ▲ ▲ 요즘 왜 다들 프림에 화학적합성품 카제인나트륨 대신 우유 넣은 커피를 내놓을까. 우유가 몸에 좋다는 건 상식이니까. 다들 좋아하니까. (프렌치카페 광고 중)
    ▲ ▲ 요즘 왜 다들 프림에 화학적합성품 카제인나트륨 대신 우유 넣은 커피를 내놓을까. 우유가 몸에 좋다는 건 상식이니까. 다들 좋아하니까. (프렌치카페 광고 중)

    지난해 12월15일 동서식품은 AC닐슨의 자료를 인용해 "동서식품이 올해 커피믹스 시장에서 81.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면서 "지난해 신규시장에 진입한 업체의 카제인나트륨 유해 논란 등 노이즈마케팅에도 점유율 변동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남양유업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동서식품은 최근 시장점유율이 70%대로 떨어졌지만 이를 숨기기 위해 현재 시점이 아닌 과거를 포함한 연평균 수치를 썼다"고 반박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의 지난달(2011년11월) 커피 판매 자료를 보면 동서식품의 점유율은 70%대로 떨어진 반면 남양유업은 13~18%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는 맥심’ 이라는 공식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커피믹스 시장은 맥심을 공급하는 동서식품이 시장의 약 80% 수준을 차지하면서 시장을 지배해 왔다.

    맥심 외 초이스커피가 알려져 있긴 했지만 맥심의 영향력은 커피믹스 시장에서 절대적이었다. 2010년 남양유업이 카제인나트륨을 뺀 커피믹스인 '프렌치카페'를 출시하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1조2000억원 규모의 국내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을 놓고 동서식품과 남양유업이 지난해에 이어 또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남양이 김태희를 내세워 ‘카제인나트륨이 없는 게 몸에 좋다’는 식의 광고를 하자 동서가 발끈하고 나선 게 지난해 1차전이었다.

    올해 2차전에선 동서가 ‘김연아 커피’로 맞불을 놓으면서 우유를 넣었다고 광고를 하자 남양측이 ‘김태희 커피’의 ‘짝퉁’이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게다가 ‘김연아 커피’에 카제인나트륨이 들어있는데도 없는 것처럼 은폐광고를 했다고 주장해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 ▲ ▲ 연아의 커피가 궁금하다.
    ▲ ▲ 연아의 커피가 궁금하다. "전 우유를 넣어도 향이 깊은 커피가 좋아요. 그게 진짜 커피 아닌가요" (화이트골드 광고 중)


    # 라운드1. 남양 “카제인 해롭다 광고한 적 없다”

    프렌치카페가 맥심과 맞서기 위해 마련한 비장의 카드는 ‘네거티브 카제인나트륨’. 일반 소비자들은 카제인나트륨이 어떠한 성분이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천연성분이 아니라는 점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이를 이용해 남양유업은 ‘화학적합성분 카제인나트륨 대신 우유를 넣은’ 이라고 광고하고 나섰다.

    사실상 카제인나트륨이 몸에 좋지 않다는 근거가 없음에도 남양유업은 ‘CF의 여왕’ 김태희 를 동원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남양유업의 마케팅 전략은 지금까진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커피믹스 시장에서 프렌치카페의 점유율은 대형마트 커피믹스 판매 기준 20% 수준까지 치솟았다.

    동서식품은 남양유업이 광고를 통해 카제인나트륨이 인체에 해롭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고 반발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광고를 보면 대부분 소비자는 카제인나트륨이 인체에 유해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 광고 문구 중에는 ‘카제인나트륨은 더 이상 안되니까’라는 문구를 사용해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남양유업은 한쪽으로는 카제인나트륨을 공격하면서 ‘짜먹는 이오’, ‘떠먹는 불가리스’ 등 제품에 카제인나트륨을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남양유업은 천연재료 사용을 강조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카제인나트륨이 몸에 해롭다고 한 적 없다. 최근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자연 그대로의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요구를 상품에 반영하고 우유가 몸에 좋다는 점을 강조한 것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 라운드2. 남양 “김연아 커피는 김태희 커피 짝퉁”

    김태희를 내세운 프렌치카페의 판매가 증가하면서 동서식품이 김연아를 내세워 우유를 넣은 ‘맥심 화이트골드’를 내놓자 남양유업은 미투(me too)제품이라고 주장했다. 동서식품이 2월부터 커피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해 무지방우유를 넣은 신제품을 실시하고 유통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프렌치카페가 인기를 얻자 동서식품이 김연아를 내세워 우유를 넣은 미투제품 화이트골드를 내놨다. 동서식품은 카제인나트륨이 우유보다 비싸다고 주장하면서도 ‘김연아 커피’를 기존 모카골드보다 20개 들이 기준 약 200원 더 비싸게 출시했다”고 언급했다.

    동서식품은 우유를 넣은 커피믹스는 기존에도 있어왔던 제품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화이트골드가 미투제품이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 동서식품은 기존에도 우유를 넣은 커피믹스 ‘카페라떼’를 출시한 바 있으며 네슬레에서도 ‘밀크커피’를 내놨었다”고 주장했다.

    # 라운드3. 동서 “우유를 넣었다고 광고했을 뿐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또 “동서는 카제인첨가물을 사용하면서도 이를 제품에 표기하지 않았다. 식품위생법 표시기준상 크리머와 같은 복합원재료의 경우 원료 중 상위 다섯 가지만 표기하면 된다는 점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모카골드에는 카제인첨가물을 약 2.7% 사용했고 신제품에는 카제인첨가물을 뺐다고 하지만 사실은 기존 사용 양 절반 이상의 카제인첨가물을 계속 사용해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서식품은 ‘김연아 커피’가 우유를 넣었다 광고한 것일 뿐 카제인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언급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화이트골드에는 무지방우유를 사용했다. 카제인을 대체해 무지방우유만을 넣었다고 한 사실은 없다. 용해성을 높이기 위해 천연 카제인이 사용됐다. 남양유업이 제조기밀 사항을 입수해 공개하는 것은 기업 윤리에 어긋난다.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네거티브 마케팅을 계속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 이광원 교수는 “천연상태의 우유 중 대표적인 성분들인 카제인이나 카제인나트륨을 사용한 커피크림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소비자들의 식품첨가물에 대한 우려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식품이냐 식품첨가물이냐’ 하는 분류상의 논쟁으로 소비자에게 왜곡된 인식을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