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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와 한-EU FTA 체결로 외국산 의료기기의 국내유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가 국내 대형병원, 의료기기 업체 등과 함께 ‘방패 만들기’에 나섰다.
지식경제부(장관 홍석우)는 28일 분당서울대 병원에서 국내 8개 대형 병원장과 삼성메디슨, LG전자, 중소 의료기기 업계 대표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의료기기 상생포럼’을 발족했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의료기기 상생포럼은 국내 대형 병원의 국산 의료기기 사용률이 극히 저조한 상황에서 FTA 발효 후 외산 의료기기 수입이 늘어나면 국산 의료기기 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것에 대비한 것이다. 때문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삼성병원, 국립암센터 등 국내 8대 병원장과 의료기기 업체 대표 8인, 산업기술시험원장 등으로 운영위원회를 조직했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이 포럼 발족은 병원(수요자)과 기업(공급자), 산업기술시험원 등 지원기관이 주체가 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2016년까지 약 300억 원을 투자해 ‘핵심 의료기기 제품화 및 인증평가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핵심 의료기기 제품화 및 인증평가 기술개발 사업’은 국내 병원 등이 제기한 의료기기 수요를 토대로 수입 의료기기의 장점을 반영, 국내 기업과 함께 국산의료기기의 개발에 나서는 한편, 개발되면 병원이 일정 부분을 구매하는 조건부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경부 윤상직 1차관은 “의료기기 상생포럼 발족과 연구개발 사업으로 막대한 자금과 기간의 장벽으로 기술개발이 어려웠던 중소 의료기기 업계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고, 이로써 국내 병원을 소비자로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병원과의 공동 연구로 의료기기의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차관은 “이를 통해 국내 대형병원에서부터 국산 의료기기를 많이 사용한다면, 관련 기업의 연구개발과 생산 투자도 자발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국민의료 서비스의 질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와 의료기기 업체, 대형병원을 모은 ‘포럼’의 발족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정부와 대기업이 보여준 태도가 믿음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350조 원에 달하는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율은 2% 남짓에 불과하다.
초음파 의료기기 전문업체 메디슨을 인수한 삼성그룹은 ‘대규모 투자’를 선언했지만 고가의 병원용 진단기기 개발보다는 LG그룹과 함께 중소기업 시장인 ‘가정용 의료기기’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은 “좋은 제품 개발해 봤자 국내 시장이 안 먹힐 것”이라며 아예 포기하고, 원천기술이 아닌 ‘라이센스’나 ‘공개기술’을 토대로 한 가정용 진단기기나 시설기기를 생산하고 있다.
의료기기 업계가 자포자기한 건 실제 사례가 있어서다. 우리나라도 원천기술을 가진 MRI 진단기기는 1995년 첫 상품화에 성공했지만 지금은 제조업체들 대부분이 도산한 상태다. 중소기업인 의료기기 업체들로써는 '병원 납품'에 필요한 비용, 마케팅 비용 등을 댈 수 없다는 점도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을 가로 막는 요인 중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