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 많이 판다고 ‘마트 의무휴업’도 ‘열외’“유통공룡이 금융공룡 낳아 천적도 없이 활개”
  • ▲ 서울 강북구 수유시장 내 농협으로 가는 입구. 수유시장에서 농협으로 바로 출입할 수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울 강북구 수유시장 내 농협으로 가는 입구. 수유시장에서 농협으로 바로 출입할 수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영업시간과 의무휴업의 규제에서 빠져나간 농협이 대기업 규제도 일부 피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대기업집단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용히 농협법 재개정을 추진, 8월13일 마침내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관련법을 입법예고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농협법 개정을 통해 ‘농협중앙회와 소속 회사들은 공정거래법을 제외한 법에서 대기업집단으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이 삽입된 것이다.

    특히 농협금융부문은 공정거래법 상 대기업집단 규제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농협신용지주와 자회사에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11조의 2항을 적용하지 않는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을 인용하는 경우에도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와 손자회사는 포함되지 않는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해당되면 각종 규제가 따른다. 계열사 간 상호출자와 채무보증이 제한된다.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도 행사할 수 없다. 사모펀드(PEF)는 30%를 초과할 수 없고 세제혜택이 사라지는 등 제한이 따른다. 문어발식 계열사 늘리기를 막고 혜택을 자산규모가 작은 기업에 지원하기 위해서다.

    농협은 지난해 3월, 정부로부터 5조원의 지원을 받아 '신용-경제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자산규모는 8조6,270억원으로 늘었다. 금융사 16곳을 포함해 모두 41개 회사를 거느리는 거대 조직이 됐다.

    공정위는 농협 자산규모가 5조원을 넘어서자 순환출자제한집단(대기업집단)으로 분류했다. 농협은 사업구조를 개편하면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규제대상이 되자 농림수산식품부를 등에 업고 농협법 재개정에 나섰다.

    대기업집단에 속하게 되면 농협계열사 간의 내부거래에 제약을 받고 중소기업적합업종에 대한 참여도 제한받는다. 농협중앙회는 사업구조개편의 목적인 경제사업활성화에 미칠 제약을 우려한 것.

    농식품부는 공정위에 법개정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농협을 키워 농민을 살린다는 명목 하에 결국 지난 13일 농협법 재개정이 입법예고 됐다.

    농협이 신용-경제 사업구조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법리 검토를 허술하게 한 이후 법을 고치려는 시도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농협은 신용-경제 분리를 한 후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고시했다. 규제대상이 되면 당장 농협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사모투자펀드 30% 초과분을 처분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자 농협법 재개정을 통해 배제조항을 입법해 달라고 읍소했다.”
     -국회 김재원 의원(새누리당)

    신용지주가 대기업집단 의무를 벗어나게 되고 경제지주도 공정거래법을 제외한 다른 법에서 대기업집단 의무에서 벗어나게 돼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다. 현재 대기업집단 63곳 중 16%는 공기업이다.

    “농협은 유통사업을 주로 하는 경제지주가 있지만 이번에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되는 것은 신용지주만 해당된다. 다른 국민, 하나 등 금융지주도 대기업집단 규제에서 제외돼 있다. 농협이 대기업집단에 포함된다면 오히려 공평하지 못하다. 다른 공기업과 동일하게 비교하기 어렵다.”
     -농협 관계자

    대기업집단에서 벗어나 농협의 몸집 불리기는 훨씬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재개정에 따라 농협금융은 사모투자펀드 중 30%를 초과하는 지분을 처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 사모펀드를 처분하면 약 200억원의 손해를 볼 것으로 분석된다.

    농협은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에서도 제외돼 비판을 받아왔다. 수산물비중이 매출에서 51%를 넘는다는 이유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에서 제외됐다.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클럽 등은 위치나 취급하는 품목으로 볼 때 대형마트보다 시장상인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대로변에 위치한 대형마트와는 달리 농협은 골목이나 시장 인근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시장의 주력 품목인 신선식품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농협하나로클럽도 의무휴업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청주시는 지난 7월17일 대형마트와 SSM에 대해 오전 0시부터 8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것을 의결하면서 대중소 유통기업간 상생발전 차원에서 농협청주하나로클럽에 자발적 동참을 요구하는 권고안을 채택키로 했다.

    ‘유통 공룡’ 농협이 ‘금융 공룡’을 낳아 ‘천적’도 없이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