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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가 경기 규칙을 만들고 심판까지 본다고?”
지난 13년간 우리나라의 회계기준을 만들어온 한국회계기준원을 제쳐두고 세무사회가 독단적으로 중소기업을 위한 ‘간편 회계기준’을 내놓은 것을 두고 나온 말이다.
간편 회계기준은 회계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고민을 덜어주겠다는 목표로 세무사회가 2년여에 걸쳐 만든 기준이다.
세무사회는 이 기준을 지난달 말 법무부와 중소기업청에 제출했다.
“세무사들은 그동안 중소기업들의 기장대리를 해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중소기업 사정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회계기준도 세무사회가 직접 만들게 되면 중소기업의 회계투명성은 더욱 높아 질 것이다.”
- 세무사회 관계자세무사회는 회계기준을 만들 어떤 법적 권한도 없다.
일반기업들이 적용하는 회계기준을 만드는 일은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회계기준원의 보장된 고유 업무다.
더욱이 세무사회보다 회계기준원이 먼저 ‘중소기업회계준’ 공개초안을 발표한 상태에서 세무사회가 굳이 또 다른 기준을 만든다는 것은 명분마저 찾기 어렵다.
더 아이러니 한 것은 회계기준원이 내놓은 기준과 세무사회가 만든 기준이 내용상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회계기준원은 지난달 27일 ‘중소기업회계기준 공개초안’을 발표하고 회계분야 전문가들을 모아 공청회까지 진행했다.
“현재 회계기준과 관련해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적합한 회계기준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세무사회도 이해관계자자 중 하나인 만큼 의견을 낸다면 받아들여 검토할 계획이다.”
- 한국회계기준원 관계자‘중소기업을 위해서’라는 같은 목적으로 내용까지 비슷한 2개의 회계기준은 수혜자가 돼야 할 중소기업을 오히려 혼란스럽게 할 것이다.
“지금 세무사회가 벌이는 일은 한마디로 ‘코메디’다. 전세계 어디에도 세무사라는 직종은 없다. 일본을 따라하는 우리나라만이 세무사와 회계사로 나눠져 있는 것이다. 현재 세무사들이 이 같은 일을 벌이는 것은 거대 권력기구(?)인 국회소속 의원들 가운데 세무사가 많기 때문에 그 힘을 등에 업고 벌이는 것 같다.”
- 모 현직 회계사기업을 둘러싼 경영자와 주주, 채권자, 세무당국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은 재무제표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회계기준은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회계기준을 만드는 데 중립성이란 요건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회계기준이 특정 이해관계자 편에 서서 만들어 진다면 재무제표의 신뢰성은 무너질 것이고 결국 우리나라의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이 같은 중립성을 위해 회계기준을 제정하는 일을 정부가 아닌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독립된 전문기구에 맡기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런 이유로 한국회계기준원에 이 업무를 맡고 있는 것이다.
세무사회와 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변호사협회 등을 전문가집단 또는 이익집단이라고 부른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같은 직종을 가진 회원들의 이권을 위해 움직이는 집단이라는 것이다.
설립목적이 그러하니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활동하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긴다면 더 이상 전문가 또는 이익집단이 아닌 악덕집단이 될 것이다.
세무사회가 전문가로서의 권위와 품위를 지킬지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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