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김밥 유명세에도 점점 힘들어‘4% 이자 미소금융’ 월세·일수 해결푸짐한 인심... 음식 싸오는 손님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자리 잡은 뚝도시장.
가장 끝 골목으로 들어오면 ‘할머니 김밥’을 찾을 수 있다.
주메뉴는 김밥과 팥죽. 
  
누가 봐도 체인점에서 판매하는 김밥보다 훨씬 두껍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풍기는 김밥 속에는 통통한 햄, 아삭한 오이, 짭짤하고 쫀득한 밥이 단무지, 채소 등과 함께 씹힌다.  
아침에 한 줄만 먹으면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양이다.
1줄당 가격은 1,500원, 먹고 가면 콩나물국은 서비스. 
  
팥죽은 팥이 많이 들어있고 걸쭉하게 흘러 식감이 좋고 고소하다.
쫀득쫀득한 새알심도 유난히 많다.
  
뚝도시장 인근에서는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할머니 김밥’ 주인은 이인화 할머니(71세·사진)다.
뚝도시장에서만 30년간 장사를 해오고 있다. 
“뚝도시장 근처 회사 직원들이 포장을 많이 해가.
아침도 못 먹고 출근하는데 양이 부족하면 안되지.
내가 퍼주는 걸 좋아해서 김밥을 두껍게 말아서 많이 남진 않지만 그렇다고 값을 올릴 수는 없지.”

예전에는 김밥 뿐만 아니라 떡볶이, 순대, 닭발 등 다양한 메뉴를 판매했다.
한해 한해를 넘기면서 체력이 이전 같지 않자 종류를 한 가지씩 줄이다가 지금은 김밥과 팥죽만을 팔고 있다. 

메뉴가 줄다보니 매출도 같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지사.
더구나 김밥은 봄, 가을엔 나들이가 많아 장사가 잘되는 편이지만, 추운 겨울은 비수기 중 비수기다.
뚝도시장의 활기가 이전만 못한 것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 ▲ 팥죽에 굵은 새알심이 듬뿍 들어간다. 1대접에 6천원.
    ▲ 팥죽에 굵은 새알심이 듬뿍 들어간다. 1대접에 6천원.



  • 그날 번 돈은 생활비와 재료비 등으로 쓰다보면, 어느새 돈이 돌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월세가 밀리게 됐고, 가게를 운영하기 위한 자금도 막혔다.
    처음에는 지인에게 도움을 청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되자, 이자가 비싼 것을 알면서도 일수를 쓰게 됐다. 500만원 빌려 당장 급한 것은 막을 수 있었으나, 매일 5만2천원씩 원금과 이자를 내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500만원을 빌려 3개월 동안 520만원을 갚아야 하는 셈.
    연이율로 치면 40% 수준이다.
    “요즘 들어 장사가 많이 안 돼.
    장사가 잘되는 날은 5만2천원이 별 부담이 안되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있잖아.
    일수를 내고 나면 당장 다음 날 재료를 살 돈이 없는 날도 있어.
    농협에서도 대출을 받았었는데, 그것 갚으랴 일수 내랴 정신이 없었지.
    일수 이자가 비싼 건 알고 있지만, 시장에서 원래 그렇게 하던 것이니까.
    남한테 또 빌리기도 그렇고 해서 일수를 쓴 것이지.”

    일수 500만원을 밀리고도 상황은 좀처럼 좋아지지 않고 가게 월세는 밀려만 갔다.
    그러던 중 뚝도시장에 홍보를 나온 미소금융 직원을 만나게 됐다.
    시장상인들에게 저금리로 대출을 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귀찮기도 하고 거절될 것 같기도 한 생각이 들어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할머니의 상황을 알고 있는 이웃상인들이 미소금융에 전화를 해보라고 추천을 했고, 할머니는 미소금융(서울성동구지점)을 방문하게 됐다.
    상담 후에 500만원 대출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일수에 비하면 이자가 1/10 수준이다.
    그동안은 500만원을 빌려 한 달에 6만원의 이자를 냈지만 미소금융은 6천원 꼴인 셈이다.

    “500만원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큰돈이 아닐 수도 있지.
    나에게 아주 고마운 돈이야.
    그 돈으로 남은 일수도 다 갚고, 남아있는 농협대출금 90만원도 갚고, 밀린 월세도 다 냈으니까.
    4%는 일수에 비하면 이자도 아니지.”

    이 할머니는 30년간 음식을 팔아온 만큼 자부심도 크다.
    항상 신선한 재료를 쓰면서도 싸고 넉넉히 준다는 것이 음식장사의 철학이다.

    “음식 비법이야 좋은 재료 많이 넣고 정성껏 만드는 거지.
    국산 팥만 사다가 남들 7천원에 팔 때 우리는 6천원에 팥죽을 팔아.
    도매상에서 팥 한말에 7만원에 사오니까 많이 남진 않지.
    그래도 많이 퍼주면 사람들이 다시 찾아와.
    다시 찾아올 때 음식을 싸오는 사람들도 있어.
    그게 시장의 정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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